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2·3세들 분발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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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대기업 2·3세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한때 수입차와 명품에 몰리다 이제는 빵·커피·떡볶이 같은 골목상권까지 넘보다가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제를 주문했다. 대통령은 “경주 부자 최씨도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았다”며 “이는 기업 윤리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선거를 앞둔 대기업 때리기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기업 2·3세에 대한 반감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 2·3세들은 억울할 수 있다. 대개 3세 승계 과정에서 수많은 아들·딸들에게 안전하게 먹고살 사업 아이템을 하나씩 떼주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또한 서민 밥그릇을 뺏거나 주가조작을 일삼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다수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물려받은 기업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는 엄청난 무게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2·3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수준은 매우 높다. 태반이 외국 유학과 해외 업무를 두루 경험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평균 28세에 입사해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으며, 31.8세에 임원급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따라서 이들마저 글로벌 경쟁을 꺼리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외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더구나 대기업들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을 생각하면 등골마저 서늘해진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 등은 대기업을 물려받아 훨씬 크게 키워놓은 인물이다. 뛰어난 리더십과 과감한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대기업에 대한 반감(反感)이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대기업 2·3세들이 내수시장 땅따먹기에 골몰한다면 반(反)대기업 정서는 갈수록 깊어질 게 분명하다. 사회 양극화와 맞물려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대기업 2·3세들이 분발(奮發)하는 수밖에 없다. “선대회장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아버지에 비해 능력은 물론 경영할 의지 자체가 없다”는 편견을 떨치기 위해서도 다른 방도가 없다. 글로벌 경쟁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제2·제3의 이건희·정몽구·구본무 회장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대기업 2·3세의 무분별한 업종 확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누그러뜨리는 길이다.

 과거 개발연대에 대기업들은 미래에 과감히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런 순기능 덕분에 폭넓은 국민적 합의가 가능했다. 현재의 대기업 2·3세 때리기는 큰 선거를 앞둔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 대기업 스스로가 존재이유를 입증하지 않으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 승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준이 매정할 만큼 엄격해졌지 않은가. 대기업 2·3세들이 과거의 빛나는 도전정신을 계승해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신뢰와 응원을 보내줄 수 있다. 이런 선순환(善循環)이야말로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하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