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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땅은 없다, 명당은 만들어 가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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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창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도전적인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파인밸리 골프클럽.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원래 숲만 무성하게 우거진 황무지였다. 하지만 1913년 소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진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세계적 골프 명소로 탈바꿈했다.

 국내에도 불모지를 개발해 골프 명당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폐염전에서 국내 최대 규모(81홀)의 골프장으로 변신한 군산CC, 채석장과 폐염전 부지에 들어선 인천 스카이72GC, 폐탄광 지역에 건설된 하이원CC 등이 대표적이다.

 폐염전·폐탄광 등 풍수적으로 보면 지기(地氣)가 좋지 않은 땅이 이렇듯 골프 명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풍수학의 대가’ 최창조(62)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자생풍수(自生風水) 이론으로 황무지가 골프 명당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의 인문학 강의 ‘인문의 숲에서 그린을 본다’ 강연자로 나선 그는 “세상에 완벽한 땅은 없다. 명당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호랑이 등 석상을 세워 명당으로 거듭난 가평베네스트 골프장의 코스 전경. [프리랜서 손석규]

 “명당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닙니다. 심리적인 평온을 줄 수 있는 땅이야말로 명당이죠. 골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골프장이라 해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명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는 길흉화복에 영향을 주는 명당은 세상에 없다고 강조한다. 풍수의 핵심은 복이 터지게 하는 발복(發福)이 아니라 모자란 곳을 채워주는 비보(裨補)에 있다고 본다.

 그는 골프를 하지 않지만 가평베네스트, 제이드팰리스 등 10여 개 골프 코스를 감수했다. 그 과정을 통해 ‘골프장 건설이야말로 명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가평베네스트를 공사할 때 경사면에 세워둔 포클레인이 밀리면서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걸 두고 ‘산신령이 노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죠. 그래서 비보책의 일환으로 고양이·개·호랑이·코끼리·쥐의 석상을 세웠어요. 다섯 마리 동물이 서로 견제하며 지세의 균형을 맞춘다는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 적용됐죠. 그 뒤로는 사고 없이 무사히 골프장을 오픈했어요.”

 전통적 명당이라고 알려진 곳은 땅값이 뛸 만큼 뛰었다. 그만큼 비싼 돈을 주고 땅을 산다면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는 “이제 전통적 명당을 사는 일은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골프장 건설은 점점 더 명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뀔 겁니다. 진정한 명당 골프장이 되려면 지나치게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고 했다.

  골프장은 기본적으로 산을 깎고 땅을 파 만드는 것이지만 자연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동남향을 선호하지만 주변 지세에 따라 향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오히려 사면이 북쪽을 향해 흐르는데 억지로 남향으로 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식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사람 보듯 땅을 대하면 좋은 코스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풍수는 과학이나 지식이 아니라 관념이고 지혜입니다. 골프장도 마찬가지죠. 라운드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면 먼저 땅에 정을 줘야 합니다. 땅에 정을 주면 반드시 그 보답을 받게 돼 있습니다.”

이지연 기자

‘인문의 숲에서 그린을 본다’ 시리즈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J골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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