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어제 서울중앙지법의 벌금형 판결로 120일 만에 교육감직에 복귀하게 됐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직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이번 판결이 공직 선거 과정에서 직을 둘러싸고 빈번하게 벌어져온 후보자들 간 매수 행위를 인정해주는 전례처럼 받아들여지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후보자 사퇴나 단일화의 대가로 돈이 오고 가는 것은 그것이 선의(善意)이든 아니든 현행법상 용인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특히 교육계는 우리 사회 다른 분야보다 더욱 엄격하게 도덕성이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교육감과 같은 교육 선출직이 최종 판결 이전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 복귀하고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복귀가 미칠 파장을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는 측근들을 통해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했으나 복귀하면 이 요구를 철회하고 즉각 조례를 공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 권한대행이 3월로 미룬 고교 선택제 수정안도 조속히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교육감 공백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바꿔버린 정책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는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넉 달 만에 복귀한 교육감이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다시 몇 달 지나지 않아 직을 상실한다면 이런 오락가락 정책의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이 질 수밖에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권리 주장만 강조할 뿐 책임은 방기하게 하는 문제가 있으며, 학교폭력으로 신음하는 학교 현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그런데도 서둘러 인권조례를 공포하는 게 급선무인가. 특히 곽 교육감은 이번 직무 복귀를 마치 면죄부(免罪符) 받은 양 처신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