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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장 인력난 … 지역에 정성 쏟자 청년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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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LCD용 필름 코팅 업체인 코이즈의 조재형 사장은 충주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지은 사원, 조 사장, 현영진 과장, 한장미 사원, 박상준 사원. [충주=프리랜서 김성태]

“지방에 와 보니 우리 회사 혼자만 잘 되겠다는 생각으론 절대 성공할 수 없겠더라.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키우는 게 회사를 성장시키는 지름길이란 것을 알았다.” 충북 충주에 본사를 둔 ‘코이즈’ 조재형(50) 사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액정화면(LCD) 패널용 광학·보호필름 코팅과 관련 부품인 도광판 가공을 주로 하는 업체다. 이 회사의 LCD 보호필름 코팅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광학필름 코팅은 물론 LCD 화면의 빛이 균일하게 나오도록 해 주는 도광판 분야의 기술력도 뛰어나다. 창립 첫해인 2006년 7억원이었던 매출이 5년 만인 지난해 40배 가까운 271억원으로 커진 이유다. 3명이던 직원은 정규직 112명, 파견직 91명으로 늘었다.

 코이즈는 원래 수도권인 경기도 양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공장 부지(3192㎡)가 넓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회사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불과 2년 만에 가설 천막을 세울 공간조차 부족해졌다. 수도권에 새 공장을 지을 터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조 사장은 “지방으로 가자”고 결심했다.

 문제는 인력이었다. 2010년 충주공장(1만7688㎡)을 세웠지만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다. 조 사장은 “공장 주변 마을을 돌아봤더니 가장 젊은 분이 63세였다”며 “아들딸은 다 큰 도시로 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할 수 없이 인력파견회사의 힘을 빌렸다. 우선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인성·성실성을 보고 6개월~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공장이 있는 충주첨단산업단지의 일을 포함해 지역사회 활동에도 앞장섰다. 복지시설에 TV를 기증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내놨다. 지난해 12월엔 아예 본사를 충주로 옮겨 왔다.

 지역 밀착형 기업을 표방하면서 주민들도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코이즈의 충주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6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이 충주 거주자다. 범위를 충청권으로 넓히면 31명으로 더 늘어난다. 파견직(83명)의 경우 거의 대부분(75명)이 충주에 살고 있다. 충주공고를 졸업한 진광헌(32)씨는 건설현장에서 총무 일을 하다 2010년 10월 파견근로자로 코이즈에 들어왔다. 정규직이 된 것은 8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이다. 자재 포장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할 땐 거의 해마다 거주지가 바뀌었다”며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역시 충주 출신인 경영지원부 신창순(43) 차장은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해 이 회사에 들어왔다. 원래 고향 인근 직장에서 일하다 조건이 좋은 서울 직장으로 혼자 옮겨갔다. 하지만 주말 부부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는 “서울에서 일할 때보다 급여가 조금 줄긴 했지만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이 지역의 비인기 종목 학교 운동선수들에게 장학금·훈련비 등을 지급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충주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고향에서 취직해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본 코이즈

기존제품과 신제품 조화
직원 74% 20~30대 고용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자산유동화팀장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 시기를 놓치기 쉽다. 안정적인 매출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이즈는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힘써 왔다.

이 회사는 LCD 화면보호필름에 이어 프리즘필름 코팅 제품을 생산하면서 광학필름 코팅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디스플레이가 점점 얇고 대형화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도광판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에만 매달려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보수적이면 산업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코이즈는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코이즈는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많은 운전·시설자금이 필요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보증 10억원, 지분투자 10억원 등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코이즈는 주사업장을 충북 충주로 옮기면서 해당 지역의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규직 기준으로 전 직원의 74%인 83명이 20~30대로 구성돼 있어 청년실업 완화에도 톡톡히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자산유동화팀장(기술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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