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가 30달러 지속때 업종별 전망]

중앙일보

입력

국제유가가 걸프전 이후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자 자동차.항공.석유화학.섬유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는 당초 올해 수요를 내수 1백45만대, 수출 1백60만대 등 모두 3백10만대로 예상했다.

현대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과거 휘발유값과 자동차 판매 추이를 토대로 볼 때 휘발유값이 1% 오르면 자동차 수요는 0.67%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휘발유 값이 올 초(ℓ당 1천2백~1천2백50원)보다 12.2% 오른 1천3백75원(국제유가 배럴당 30달러)이 될 경우 자동차 내수 판매는 연간 13만대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33달러선에서 유지되고 이것이 국내 휘발유값에 그대로 반영하면(1천4백20원)에는 17만대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른 자동차산업의 매출 감소는 각각 1조5천5백74억원, 2조3백66억원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평균 유가를 30달러로 가정해도 제조원가는 1%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 이라며 "현재 국내 자동차 胎셈?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3~4%대로 선진 메이커의 절반에 불과한데 제조원가가 높아지면 수익성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기름값에 곧바로 반영하기 힘들어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휘발유값이 이미 ℓ당 1천3백원을 넘은 현실에서 소비자와 다른 산업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국제 현물시장에서 싼 물량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유사 도입 물량 중 60%가 장기 계약에 따른 것으로 현물시장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화산업은 유가인상분만큼 제품의 원료가격이 오르므로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유화산업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지난 5월 t당 2백60달러에서 9월 현재 3백9달러대로 꾸준히 올랐는데도 아직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일 경우 나프타 가격은 t당 3백달러선으로 유가 오름세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바로 연결된다.

유화업계는 나프타 가격이 1백% 오를 경우 제품 가격을 40~50% 인상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으나, 나프타 가격 상승폭만큼 제품가격을 올릴 수 없어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섬업계의 채산성도 나빠지고 있다.

나일론 업체의 경우 원료인 카프로락탐 가격이 지난해 8월 t당 1천60달러에서 지난달 1천4백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하지만 나일론 원사 가격은 올리지 못했다. 폴리에스테르 업계도 원료인 TPA.EG 등의 가격이 50% 이상 올랐지만 제품 가격은 7% 정도 올리는 데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화섬은 중국.대만 등지에서 낮은 가격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어 제품 값을 올리기도 힘든 상황" 이라고 말했다.

해운.항공업계의 처지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항공유 값이 연초 예상보다 배럴당 6센트 정도 올라 연간 6백여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

아시아나도 올들어 8월까지 유가 상승으로 1백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아시아나는 기름값이 내릴 조짐을 보이지 않자 최근 올해 경상이익 목표를 2천1백억원에서 1천6백억원으로 수정하고 경비절감 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미주 노선의 국제 항공화물 운송요금 인상을 정부에 요청했다.

해운업계도 선박 연료로 쓰는 벙커C유 값이 당초 예상치(t당 1백30달러)보다 높은 1백50달러 수준으로 올라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