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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영광의 얼굴 1. 비킬라 아베베

중앙일보

입력

1960년 로마 올림픽 대회 최종일. 이날 아프리카 스포츠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맨발의 영웅’ 비킬라 아베베(에티오피아)
가 육상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아프리카에 최초로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을 안겼다.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체코)
이 가지고 있던 세계최고기록(2시간23분03초)
을 무려 8분이나 앞당긴 2시간15분16를 기록하며 당시 인간의 한계로 느껴지던 ‘2시간20분’벽을 넘어선 것이다.

42.195km를 맨발로 완주한 아베베는 “전세계에 내 조국 에티오피아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했고, 그가 귀국하자마자 에티오피아의 황제에 의해 하사로 진급받을 정도로 아베베는 로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로 에티오피아의 영웅이 되었다. 게다가 1960년은 아프리카의 각 국가들이 독립을 해나가던 때라 아베베의 금메달은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아베베의 신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년 후 도쿄올림픽에서 맨발이 아닌 런닝화를 신고 출전해 2시간12분11초로 우승을 차지해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불과 1달 전에 충수염으로 수술대에 오른 그였기에 그의 우승은 경악스럽기까지했다.

4년 후 멕시코올림픽에 출전해 3연패에 도전했지만 약 17km 지점에서 경골절로 레이스를 포기해 그를 지켜보는 팬들을 아쉽게 했다.

아베베는 1932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약 130km 떨어진 자토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군에 입대한 그는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에 골인했다. 병영시절 육상선수로서의 꿈을 꾸던 아베베는 1956년 군인 마라톤대회와 국내 육상대회를 석권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냈다.

1936년에 이탈리아의 군대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전장에서 로마의 군인들과 총부리를 겨누었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베베는 로마올림픽에서 로마시내의 콘스탄스 개선문을 1등으로 통과하면서 24년 동안 묵어있던 조국의 한을 풀었다.

그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이 열린 1년 뒤에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를 당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핸디캡을 이겨냈고, 결국 1970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25km 장애인 눈썰매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아베베는 1973년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고 에피오피아의 황제와 수많은 군중들이 그의 장례식을 지켜보았다.

아베베는 선천적으로 폐활량과 체력이 뛰어났다. 하루에 20~30km씩을 달렸으며 도쿄올림픽 때 1등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을 때는 20마일은 더 달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타고난 체력의 소유자였다.

효자로 소문난 그는 불구의 몸으로도 양궁과 탁구를 익혀 조국에 금메달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던 애국자이기도 하다.

비킬라 아베베. 그는 마라톤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있다.

Joins.com 이재철 기자<jlee7@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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