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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 찬 식당, 5개월만에 월 매출 4000만원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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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시 위기 생계형 자영업자 특별 지원 사업에 참가한 조강삼(49) 대표의 강남구 역삼동 상점의 변화 모습. 왼쪽은 조 대표가 2010년 개업한 일식집 ‘무경’의 내부. 오른쪽은 현재 ‘오징어짱’의 내부. 평일에는 고객이 많은 오피스 상권을 고려해 오징어 전문점을 새로 열면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좌식 테이블 대신 효율성이 높은 원형테이블로 바꿨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역 근처 먹자골목. 유독 한 음식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오징어요리 전문점인 ‘오징어짱’이다. 초저녁임에도 16개 테이블에는 손님들로 꽉 찼다. “이 집은 당일바리(생물)만 쓴대요. 그래서 그런지 오징어에서 단맛이 나요.” 손님 이지훈(34)씨가 잘게 썬 오징어 회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이 점포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6년간 운영하던 횟집을 2010년 10월 ‘무경’이라는 이름의 고급 일식 전문점으로 바꾸면서 생긴 일이었다.

조강삼(49) 대표는 “가게 를 고급스럽게 하면 손님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골들까지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고교생인 두 아들의 교육비와 가게 유지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다. 고민하던 끝에 지난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위기 생계형 자영업자 특별지원사업’에 신청을 했다.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보던 컨설턴트는 매출 하락 원인을 ‘고급화 전략’으로 꼽았다. 역삼동은 전형적 오피스 상권이라 20~30대 직장인이 주 소비층이다. 이들이 밥값과 찻값으로 쓰는 돈은 1만원 정도. 하지만 조 대표는 5000~8000원대였던 음식값을 1만원대로 올렸던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이렇게 나온 것이 ‘오징어 전문점’이다. 원가가 저렴한 데다 회부터 볶음, 탕까지 여러 음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분위기도 확 바꿨다. 오징어 캐릭터가 그려진 간판을 새로 달았다. 좌식 테이블을 없애고 원형 테이블을 놓아 효율성을 높였다. 그러자 월간 매출이 종전 1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조 대표는 “음식장사도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거대 상권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서민 점포들이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트위터 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는 등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울시 ‘위기 생계형 자영업자 특별지원 사업’이 있다. 80여 명의 전문 컨설턴트가 영세 점포에 업종별 정보를 전해주고 경영 진단을 통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만 조강삼 대표를 포함해 255명이 도움을 받았다.

 성과도 좋다. 서울 동작구 사당1동에서 ‘쌍둥이네 참족발보쌈’을 운영하는 박유진(40) 대표는 “ 조언대로 ‘토종간장족발’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주택가 쪽으로 매장을 옮겼더니 재개장 한 달 만에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생계형 자영업자의 성공 비법을 담은 『골목상권 20가지 희망을 만나다』를 발간했다. 강병호 서울시 일자리정책관은 “자영업자들에게 체계적 경영 컨설팅을 통해 제2의 창업시대를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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