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분기 성장률 8.9% … 루비니가 틀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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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활력이 소폭 떨어졌다. 예상만큼은 아니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전년 동기와 견줘 8.9% 성장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 9.1%에는 미치진 못했지만 서방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8.7%보다는 높았다. 2011년 연간 성장률은 9.2%로 집계됐다. 한 해 전인 2010년 성장률 10.4%보다는 1.2%포인트 낮다.

 홍콩의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인 장지웨이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수출 부진과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성적표만을 놓고 보면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미 뉴욕대 교수 등이 제기한 경착륙 조짐을 찾아보긴 어렵다. 오히려 칼 월터 전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전무가 말한 ‘잘 관리된 성장’에 가깝다. 그는 지난달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2012년 가을 권력교체기까지 서방 전문가들이 예상한 경착륙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장률과 같이 발표된 지난해 12월 경제지표들도 나쁘지 않았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늘었다. 예상치 12.3%와 전달치 12.4%를 모두 웃돌았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역시 18.1% 증가했다. 예상치 17.2%와 전달치 17.3%보다 높았다. 반면 경제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된 고정자산 투자는 23.8% 느는 데 그쳤다. 예상치 24.1%와 전달치 24.5%보다 낮았다.

 나흘 전인 13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1%였다. 중국 정부의 억제 목표치(4%)와 엇비슷하다. 중국 통화량 증가를 부추긴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9월 말 3조2000억 달러에서 3조1800억 달러로 줄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증시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자신감을 갖게 할 만한 지표들”이라고 평가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적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을 올해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 바람에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지금까지는 ‘설 연휴 전후 인하’가 다수설이었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여전히 올해 중국 경제가 더 나빠진다는 쪽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서방 금융회사들은 중국 경제가 올 1분기에 7.5% 정도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엔 7.6% 정도일 것으로 봤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른바 ‘바오바(保八·GDP 성장률 8% 유지)’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인 컨 펑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의 경제지표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중국 정부가 성장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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