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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보내는 연휴 뮤지컬

중앙일보

입력

올 겨울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프로그램이 유독 많다. 가족뮤지컬에서 전시, 체험형 놀이까지 프로그램의 종류만도 200여가 넘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긴 설 연휴는 온 가족이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이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데다 부모들의 호응까지 높은 공연과 전시 몇 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마스크플레이 뮤지컬 ‘피터팬’

 무대 위 후크선장은 외로워 보였다. “후크선장 미워!” “후크선장 너 나가!” 피터팬의 음식에 독을 탄 후크선장을 보고 객석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인다. “그래도 날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있을 거라고~”라는 선장에게, 돌아가는 대답은 야유뿐이다. 박수와 환호성이 가득했던 이제까지의 전개와 달리 아이들을 순식간에 고요하게 만드는 후크선장의 노래. 극장 안은 이미 ‘네버랜드’다.

 극의 몰입을 돕는 건 단연 캐릭터 마스크 덕분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 ‘짱구는 못말려’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목소리에 맞춰 정교한 마스크를 쓴 배우들이 연기를 한다. 고정된 표정의 마스크가 극의 흐름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도 잠시, 이내 해당 표정이 극의 모든 장면에 어울리는 사실에 신기해진다. 좌우 비대칭으로 제작된 캐릭터 마스크가 조명과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동화책 속에서 금방 걸어 나온 듯한 배우들의 모습은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극의 몰입을 돕는다.

 꿈과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로 떠나는 피터팬과 웬디의 비행 역시 본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단순히 무대 배경을 하늘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와이어를 단 배우들은 무대 위를 날아다닌다. 화려한 볼거리에 아이들의 시선은 바삐 움직인다. 공연을 제작한 부산MBC 측은 “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무대를 구성했다”며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어했다.

 ‘피터팬’의 관람 명당은 좌석 정 중앙이 아니다. 무대를 약간 측면에서 바라볼지언정, 복도와 맞닿은 자리를 사수하는 것이 좋다. 배우들이 무대 밑으로 내려와 어린이 관객을 마주하는데, 아이가 객석 정 중앙에 앉아있다면 옆 사람의 다리를 밀치며 복도 쪽으로 달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은 이달 29일까지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가격은 R석 4만5000원, S석 3만5000원, A석 2만5000원. 티켓은 인터파크, 클립서비스에서 예매 가능하다.

▶ 문의=1544-1555

가족뮤지컬 ‘비틀깨비’

 “우리는 최고의 도깨비밴드 비틀깨비, 좋아해 사랑해 행복해서 노래해~ 네가 너무 좋아 꽃이 너무 좋아, 네가 웃을 때까지 나는 연주할거야~” 도깨비 하면 으레 떠오르는 우악스러움은 찾기 힘들다. 사랑스러우며 장난기 가득한 ‘비틀깨비’ 멤버들은 세상에 꽃을 피우기 위해 노래한다. 노래를 듣고 자란 그 꽃이 세상을 밝게 물들일 것이란 믿음과 함께다. 전설적인 그룹‘비틀즈’가 음악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킨 것처럼, 5명의 ‘비틀깨비’는 주변의 평범한 소리를 모아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나간다.

 이번 겨울, 쏟아지는 어린이·가족 뮤지컬 사이로 ‘비틀깨비’가 유독 돋보인다. 원작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여타 뮤지컬과는 달리 뮤지컬 ‘비틀깨비’는 순수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방귀대장 뿡뿡이’ ‘구름빵’ ‘뽀로로’ 시리즈를 연출해 가족뮤지컬계에 이름을 떨친 허승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국내 창작 캐릭터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국내 창작캐릭터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는 ‘비틀깨비’를 무대에 올리며 “아이들이 공연장에서 그저 바라보는 공연이 아닌, 즐기고 함께 상상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마지않았다”고 밝혔다.

 애니매이션 ‘꼬마기차 추추’ ‘사비의 꽃’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정윤철 예술감독 역시 “가상의 캐릭터 도깨비를 현실로 끌어내 아이들의 상상력에 작은 불씨를 심고 싶다”며“다섯 캐릭터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정성을 담았다”고 전했다.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대장도깨비 ‘꽃깨비’의 지휘 아래, 온몸으로 소리를 내는 천재음악가 먹보 도깨비 ‘먹깨비’가 기타 연주를 하고 똑 부러지지만 2% 부족한 ‘똑깨비’가 피리를 분다. 잠자면서도 연주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잠깨비’는 두드림 악기를 담당하고 방귀소리로 박자를 만드는 ‘뿡깨비’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이들의 왁자지껄 음악여행이 아이들의 눈과 귀를 번쩍 트여줄 것이다.

 가족뮤지컬 ‘비틀깨비’는 다음달 20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VIP석 4만5000원, S석 3만5000원, A석 3만원으로 인터파크, 예스24,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하다. 설 연휴 중 22일은 휴무.

▶ 문의=1577-3363

감성뮤지컬 ‘아빠! 사랑해요’

 가족뮤지컬 ‘아빠! 사랑해요’의 등장인물은 대략 273명쯤 되겠다. 주인공 ‘나리’와 아빠토끼, 아기 토끼. 그리고 약 270명의 관객 모두가 주연배우다. 관객의 참여 없이는 극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끊임없이 객석에 질문을 던지고, ‘숨바꼭질’과 ‘얼음 땡’ 놀이까지 권한다. 무대와 객석의 간극을 허무는 시간, ‘아빠! 사랑해요’는 소극장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샘 맥브래트니의 동화책 ‘게스 하우 머치 아이 러브 유’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는 지난해 영어뮤지컬로 무대에 올라 어린이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영어뮤지컬을 관람한 많은 학부모들이 더 어린자녀와도 관람할 수 있기를 원했고, 그 수요를 받아들인 극단 측에서는 올해 처음 한국어로 각색했다. 10곡의 뮤지컬 넘버는 영어뮤지컬에 비해 쉽고 간결해져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쉽다.

 극이 시작하면 관객들은 숲 속 놀이터에 초대된다. 아빠 토끼는 아기 토끼와 어린이관객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고, 그 안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만물이 자라는 봄에는, 시간이 가면 모두 변하는 게 인생이지만 그만큼 우리의 미래는 활짝 열려 있음을 일러준다. 강, 하늘, 풀, 꽃이 또렷해지는 여름에는 모두가 자신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음을 배울 수 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에는 숨바꼭질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찬바람이 불어와 으스스 추운 겨울에는 옆 사람을 꼭 끌어 안으며 가족과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아빠! 사랑해요’는 제목 덕분인지 유독 아빠와 함께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이동규 감독은 “극을 관람하는 아이들이 뒤에서 늘 묵묵하게 지켜주는 ‘아빠’의 존재를 깨닫길 바란다”고 말하며 “성인관객은 지난 날의 순수를 찾고 자유롭게 뛰놀던 유년시절을 회상할 것”을 권했다. ‘아빠! 사랑해요’의 동화 속 세상은 다음달 26일까지 동양아트홀에서 계속된다. 티켓 가격은 전석3만원. 인터파크와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설 연휴 기간 중 23일과 24일은 휴무다.

▶ 문의=02-6711-1400

<한다혜 기자 bl ushe@j oongang. co. kr 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 아담스페이스 제공, 원더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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