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잡았는데 약 먹자니 … 입에서 녹여먹는 약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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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능과 제형의 변화도 한몫한다. 발현시간이 빨라지고, 약효가 증강되는가 하면, 휴대와 복용이 간편해진 것이다.

 여러 종류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 본 직장인 김인수(56·가명·경기도 분당)씨. 그는 ‘그날’이 되면 분위기를 잡고 아내 몰래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었다. 하지만 매번 약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 한 번은 숨겨놓은 약을 찾는 데 시간을 다 보냈고, 결국 타이밍에 맞춰 약을 먹는 데 실패했다.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던 김씨는 급한 볼일이 생겼다며 핑계를 대고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발기부전, 혈관 건강 ‘적신호’

발기부전은 중장년층 남성에겐 흔한 증상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 2명 중 1명이 이 증상을 호소한다. 만족할 만한 성행위가 어렵거나, 발기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을 의심한다.

 발기는 혈관 건강의 신호등이다.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동맥경화는 혈관 직경이 작은 남성의 음경 내 동맥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와 같은 질환이 발견되기 평균 38.8개월 전부터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당뇨병에 걸린 남성 중 15~30%는 발기부전으로 고통받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는 “발기부전은 혈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초기부터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혀 위에 놓으면 스르르

발기부전 치료제가 또 한차례 변신을 했다. 약을 휴대하고 복용하기가 간편해졌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사기로 음경에 약물을 주입해 혈류량을 늘렸다. 효과는 좋았지만 주삿바늘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이후 1998년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알약 시대를 열었다. 치료 만족도가 높아 해피 드러그(Happy drug)’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

 이후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면서 기능성이 강화됐다. 발기기능뿐 아니라 강직도·지속시간·약효 발현시간·경제성·복용법 등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최근엔 사용자 입장에서 휴대와 복용이 편한 치료제가 등장했다. 이른바 입에서 녹여 먹는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가 그것이다. 이를 주도한 제품이 SK케미칼의 ‘엠빅스에스’다. 구강청결제같이 생긴 얇은 필름을 혀 위에 올려놓으면 저절로 녹아 흡수된다.

물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지난해 12월 출시 15일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뇨병·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자도 복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효과도 입증했다.

 크기가 작아 지갑에 넣고 다니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매력이다.

지갑 속으로 들어간 자존심

필름형 제제는 SK케미칼의 제제기술이 적용돼 약물흡수율(약물의 생체흡수율 정도)을 기존 알약 제제보다 16% 높였다. 발기력도 우수하다. 국제발기력지수 측정 결과, 엠빅스는 발기능력 분야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12주간 치료할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 엠빅스는 발기력지수에서 30점 만점에 25.6점으로 고용량의 5개 발기부전 치료제 중 가장 높았다. 자이데나는 24.2점, 비아그라 22.1점, 제피드 22점, 레비트라 21.4점, 시알리스 20.6점 순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필름형 제제는 약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것이 특징”이라며 “필요할 때 물 없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약물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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