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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성년 77% “애인 없어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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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서도 연애하고 병원에서도 연애하는 게 한국 드라마라면, 학교에서도 연애 안 하고 회사에서도 연애 못하는 게 요즘 일본 드라마다. ‘초식남’ ‘건어물녀’로 대표되는, 연애에 관심 혹은 재능이 없는 젊은이들의 증가가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 최근 TV 드라마들은 이런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연애 권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가을 시즌 방송된 후지TV의 월요 드라마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私が愛できない理由)’가 평균 15%가 넘는 시청률로 좋은 반응을 얻더니 1월 시작된 2012년 첫 시즌에도 같은 컨셉트의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 TBS의 ‘연애니트: 잊고 있던,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愛ニト: 忘れたのはじめ方)’이다. ‘니트(NEET)’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or Training’의 약자로,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그러나 취업에 대한 의지도 없는 젊은이들을 뜻하는 말.

여기서 파생된 ‘연애 니트’란 연애를 안 하면서, 특별히 연애에 대한 의지도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0, 30대 미혼남녀 중 64%가 교제 상대가 없고, 그중 32%는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또 1월 9일에는 성년의 날을 맞아 일본의 결혼정보 사이트 오넷이 올해 성인이 된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현재 교제하는 이성친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77%로, 처음 같은 조사를 한 1996년의 50%에서 크게 높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서 다루는 연애 니트의 연령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지난 시즌 ‘연애 사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가 연애에 서툰 2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13일 첫방송한 ‘연애 니트’는 8년간 연애를 쉰 3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고쿠센’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나카마 유키에(사진)가 주인공.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애와 담을 쌓은 남녀 6명의 이야기다. 한편 후지TV가 12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주인공은 45세 독신 여성과 50대 독신 남성이다.

연애 관련 버라이어티 방송도 붐이다. SBS ‘짝’의 일본판이라 할 수 있는 후지TV의 연애관찰 버라이어티 ‘아이노리’는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연말 시즌 2를 시작했다. TBS 오락프로 ‘수퍼모쿠’ 신년특집에서는 ‘내가 인기가 없는 이유?’라는 주제로 연애 못하는 여자들의 특징을 진단했는데, 그중 ‘조시카이(여자회)의 만연’을 연애 니트 급증의 이유로 지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시카이’는 20, 30대 여성들이 ‘여자들끼리만’ 사교하는 모임을 말한다. 남자들과 함께 있는 자리보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조시카이를 조직하는 직장여성들이 급격히 늘고 있단다. 요즘 일본의 레스토랑과 이자카야 등에는 ‘조시카이 특별 메뉴’가 필수적으로 준비돼 있을 정도. 이런 ‘남녀 따로 놀기’ 문화가 연애 니트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말연시 필자의 주변에서도 조시카이가 인기였다. 여자끼리 하는 송년회나 신년회에 오라는 초대도 받았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얘들아, 그렇게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언니는 일생이 조시카이란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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