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봉투 리스트’ 나올까 … 고명진 입에 떠는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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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했던 고명진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도훈 기자]

쇼핑백 크기의 가방 안에는 현금 300만원을 포장한 노란 봉투가 몇 개나 들어갈까.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검은 뿔테안경’을 낀 남성이 들고 왔던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는 “노란 봉투 하나만 달랑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있었다”고 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에 있는 은행에서 가상실험을 한 결과 띠지로 묶여 있는 1만원짜리 신권 100만원은 가로 14.8㎝·세로 6.8㎝, 두께 1㎝였다. 300만원을 나란히 놓으면 단행본 책 한 권(가로 15㎝×세로 21㎝)과 거의 같았다. 노란 서류봉투(4호)에 넣으면 가운데가 접혀 책처럼 포장이 가능했다.

 이를 일반 쇼핑백(가로 32㎝×세로 40㎝×두께 10㎝)에 넣으면 20개(6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었다. 최대 30개(9000만원)까지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30개를 담을 경우 봉투 무게(100만원이 약 100g)만 9㎏이어서 종이 쇼핑백이면 찢어질 수 있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당시 노란 봉투를 돌린 것으로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이날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서 노란 봉투가 몇 개인지 공개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란 봉투의 숫자는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고명진 리스트’에 따라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이 검찰에 줄소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연히 돈봉투가 돌았을 정도면 이명박계 의원 상당수가 받은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2008년 전당대회에선 유력한 주자가 당일 조직적인 동원을 위해 당협위원장마다 대의원 25~30명의 교통비와 식사비를 챙겨주던 게 관행이었다”며 “그러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의원회관에서 버젓이 돈봉투를 돌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전당대회 막판 이명박계가 밀던 박희태 의장은 정몽준 후보의 맹추격을 받았다. 정권 출범 첫해 집권 여당이 안정적인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당대회 행사에 참석했을 정도였다. 리스트는 4·11 총선 ‘살생부’가 될 수도 있다.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들이 검찰에 줄소환될 경우 ‘공천 물갈이’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게 분명하다. 당 비상대책위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쇄신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만원권 300장 넣은 노란 봉투
일반 쇼핑백에 최대 30개 들어가
‘봉투 수 = 돈 받은 의원 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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