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선 ‘애플의 추억’ 잊어라 … 삼성·LG CES서 대공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LG전자는 CES에 ‘시네마3D OLED TV’를 들고 왔다. 55인치 화면의 이 제품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OLED TV다. 오른쪽 사진은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에 공개한 ‘슈퍼 OLED TV’. 이 제품은 올해 이 전시회의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다. 생활의 중심인 거실을 차지하는 TV 분야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특히 하드웨어 영역에서 국내 업체들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기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고 올해 안에 양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소니가 2007년 11인치 시제품을 내놨지만 양산에는 실패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이번 CES에서 고화질 OLED TV를 발표한 한국 기업이 화제의 중심”이라고 보도했다. 소니·파나소닉·샤프 같은 일본 업체가 브라운관 시절 TV 시장을 이끌었으나, 2000년대 이후 평판TV 시장은 삼성과 LG가 성능과 가격에서 모두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통하는 OLED까지 이끄는 모양새가 되자 일본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진 듯하다. 요미우리 신문도 “최근 4~5년간 한국 기업들이 CES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이 엷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자체 플랫폼과 구글TV로 스마트TV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구글TV는 구글이 지난해 인텔·소니와 손잡고 내놓은 스마트TV 플랫폼이다. 구글이 운영체제(OS)와 콘텐트를 제공하면 제조업체들이 TV에 이를 탑재하는 형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은 방식이다. 올해에는 LG전자와 미국 비지오가 구글TV 생산에 합류했다. 특히 LG전자는 “아이폰 출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하다 호되게 당했던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라”는 경영진의 뜻에 따라 스마트TV에 주력하고 있다. 2010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고, 프로세서 같은 주요 부품은 자체 생산한다. 기능을 간략히 하는 대신 화질과 음질은 그대로인 보급형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점유율 확대에도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구글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체 플랫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이미 수백만 대가 깔린 삼성 TV를 바탕으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LG가 이번 전시회에서 첫 공개한 ‘구글TV 2.0’ 탑재 TV를 켜봤다. 화면 아래 띠 형태로 안드로이드마켓·유튜브·크롬브라우저 같은 메뉴가 떴다. ‘TV&무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열어 리모컨 뒷면의 쿼티(qwerty) 자판으로 ‘man’을 입력했다. ‘맨인블랙’을 비롯해 해당 단어가 들어 있는 영화나 TV 드라마가 화면에 표시됐다. 영화를 고르자 그 옆에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다시 나열됐다. 미키 김(36) 구글TV 사업제휴팀장은 “구글TV의 핵심 키워드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PC 앞에서는 뭔가를 찾아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검색하지만, TV 앞에선 “뭘 볼까” 하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는 것이다. 그는 “CNN·MTV·ESPN·월스트리트 저널을 포함한 76개 업체의 콘텐트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볼 수 있고, HD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앱도 300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TV 선점 경쟁은 올해 나올 예정인 애플의 ‘아이TV’를 의식한 행보다. 아이TV는 42인치 또는 50인치 크기의 LCD TV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OLED TV로 성능과 화질을 차별화하고, 구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콘텐트를 확보하면 아이폰 때처럼 힘없이 시장을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