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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조·상·제·한·서’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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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SC제일은행 리처드 힐 행장이 11일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열린 브랜드 선포식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상·제·한·서’. 1970~80년대 국내 금융을 좌지우지하던 5대 시중은행(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을 부르는 표현이다. 이 ‘조·상·제·한·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5개 은행 중 마지막으로 이름을 지켜왔던 ‘SC제일은행’은 11일 서울 공평동 본사에서 브랜드 선포식을 열고 은행 이름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바꿨다. ‘제일’이란 이름을 54년 만에 떼어낸 것이다.

 나머지 은행 이름은 사라진 지 오래다. 상업·한일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합병해 현재의 우리은행으로 거듭났다. 서울은행과 조흥은행도 2000년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각각 합병되면서 이름이 역사 속에 묻혔다. 2005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은 외환위기로 부실화된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SC제일은행’이란 이름을 썼다. 제일은행의 이미지가 고객에게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SC그룹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데도 한국에선 SC 브랜드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행명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름을 바꾸고 국제적인 은행으로서의 강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업에 30년간 몸을 담고 있는 한 시중 은행장은 “이미 결정돼 있던 사실이지만 막상 ‘조상제한서’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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