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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류, 조선왕조실록에서 출발” … 2033년까지 400억 들여 영역 끝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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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중종·성종 부분(왼쪽부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조선 왕조 기록문화의 정수인 『조선왕조실록』이 영어로 번역된다. 외국인도 영어로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길이 열리게 됐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33년 완역을 목표로 『조선왕조실록』 영역(英譯)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확보한 예산은 5억원. 마무리될 때까지 총 400여 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번역에는 중국 고전을 영어로 번역한 경험이 있는 영어권 전문가와 한국학 학자들이 참여한다. 한글 번역본보다 실록 원문을 영어로 옮기는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원문을 해석해 영어로 번역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느냐가 과제다.

 실록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은 2014년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은 번역을 위한 ‘터 닦기’ 기간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 기간 동안 실록에서 조선 전기와 중기, 후기의 내용을 하나씩 골라 시험 번역한 뒤 문제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실록에 등장한 여진과 몽골, 일본 등 외국 인명과 지명, 과거제와 중앙관제 등 용어의 발음과 영문 표기를 통일해 번역자가 참고할 자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한남 편사연구관은 “실록이 간행된 472년 동안에도 각종 용어가 달라지는 등 변화가 있었던 데다 영어 표기상의 통일도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번역 작업이 본격화하기 전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2010년 취임 이후 ‘인문학 한류(韓流)’를 이끌겠다며 꾸준히 실록의 영역 방침을 밝혔다.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지만 그 내용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영어 서비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영문본은 해외 한국학 학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류 팬에게도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또한 역사 드라마를 해외에 수출할 때도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의 역사를 편년체(연대순으로 기록하는 형식)로 기록한 책이다. 5300만 자(字)에 이르는 조선왕조 역사의 보고(寶庫)로 평가 받고 있다. 1973년 국보 제151호로 지정됐으며 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한글 번역 작업은 1993년 마무리됐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06년부터 인터넷에 실록의 원문과 한글 번역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록의 영역 작업이 마무리되면 영문본도 인터넷에 공개하게 된다.

 한편 실록의 한글 번역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한국고전번역원은 최근 ‘조선왕조실록 번역 현대화 사업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조선왕조실록』 한글 번역본의 오류와 표현을 바로잡는 현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번역원 측은 내년부터 번역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에 들어가 2020년까지는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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