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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의 마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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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호 29면

7은 행운의 숫자다. 매직 넘버, 마법의 숫자다. 수메르의 태음력이 전해준 믿음이다. 달 모양이 변하는 주기(29.5일)나 달의 공전주기(27.5일)를 4등분하면 그 값이 얼추 7이다. 일곱 빛깔 무지개, 도레미파솔라시 등 빛과 소리까지 7의 향연이다.

허귀식의 시장 헤집기

올해 미국·유럽·중국 등 3대 경제권은 매직 넘버 7과 씨름한다. 미국의 7은 이른바 ‘대통령의 실업률’이다. 7% 넘는 실업률 속에서 재선에 성공한 현직 대통령은 도널드 레이건뿐이다. 1984년 당시 실업률은 7.2%였다. 실업률 8%를 넘고도 재선에 성공한 현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12월의 실업률은 8.5%. 그나마 3년 만에 가장 낮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은 급하다. 지난해 9월 447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화당이 발목을 잡는다. 높은 실업률이 백악관 탈환에 유리하기 때문이리라.

다음은 유럽의 국채수익률 7%다. 재정위기의 바로미터다. 7%를 넘으면 적색경보다. 100유로짜리 국채 값이 대략 70~80유로로 급락했다는 뜻이다. 같은 돈을 빌리는 데 이자를 더 많이 물어야 한다. 그러면 부실한 국가 재정은 악순환에 빠진다. 포르투갈은 7%를 넘은 지 석 달 만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요즘엔 이탈리아마저 공포의 7%를 넘나들고 있다. 1~3월에 국채 대량 상환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는 7이 아니라 8이다. 중국 지도부는 7년 연속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 지키기)’를 외쳤다. 8% 성장을 9년 계속하면 경제 규모는 두 배로 불어난다. 그런데 올해는 불안하다. 일부에선 7%대 경착륙을 예상한다. 그럴 경우 세계경제도 큰 타격이다. 중국이 7%를 8%라 해도 세계는 너그럽게 봐줄지 모른다.

하나 더 있다. 다우·황금배율(Dow/Gold Ratio) 7배다. 금융자산의 대표인 주식 가격(다우존스지수)이 실물자산인 황금 가격의 7배라는 의미다. 경제가 나빠질수록 배율도 낮아진다.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1만2360)를 금값(온스당 1616달러)으로 나눈 배율은 약 7.6배. 기업 실적이 악화돼 주가가 하락하거나, 반대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급등할 경우 7배라는 데드라인은 무너진다.

어느 것은 7을 웃돌아서, 어느 것은 7보다 낮아서 문제다. 행운이나 불운도 마찬가지다. 나쁜 지표가 겹치면 그것 자체는 악재다. 하지만 거기에 맞춰 나오는 대책은 호재일 수 있다.

우리도 18대 대선이 치러질 임진년을 맞아 되돌아봐야 할 7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때 내건 7·4·7 공약이다. 연 7%씩 성장해 국민소득 4만 달러, 7위 경제대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헛된 공약(空約)으로 결론 났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와서 “임기 중 달성하겠다는 게 아니었다”고 국민의 이해력 부족을 탓한다. 우습다. 747 공약을 믿는 사람, 꽤 오래전에 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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