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네마 추천 금주의 개봉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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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난지도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한낮은 아직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분다.

가을로 향해 가는 길목인 이번 주말 극장가엔 크게 눈에 띄는 대작은 없지만 새로운 시각의 남북전쟁영화와 롤랑 조페 감독의 감각 돋보이는 스릴러물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지난 주〈와호장룡〉에 이어 2주연속 개봉하는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드 위드 데블〉. 대만 출신 감독이 연출한 남북전쟁에 관한 영화이다.< p>

남북전쟁이라는 소재에 있어서는 얼마전 개봉했던 멜깁슨 주연의〈패트리어트〉를 연상케 하지만 이안 감독이 그리는 남북전쟁은 결코 영웅주의로 흐르거나 스펙터클 속에 모든 것을 묻어버리지 않는다. 좀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미국 역사를 관찰하고, 역사적 현실에 처한 인간의 심리에 보다 촛점을 맞췄다.

영화는 전쟁에서 패배하는 남부 게릴라 젊은이들의 심리와 비극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북부군이 아닌 남부군에 지원한 독일계 미국인 제이크, 친구와의 우정으로 역시 북부군과 싸우게 된 흑인 다니엘 등을 통해 역사적 대의명분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전쟁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과 존재를 그린다.

처음 영화에 데뷔한 가수 주얼과〈스크림〉의 스킷 울리히, 토비 맥과이어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롤랑 조페는〈미션〉,〈시티 오브 조이〉 등 주로 휴머니즘을 풍기는 대작들을 만들어 온 감독.〈주홍글씨〉이후 5년만에 우리 곁에 찾아 온 그는〈굿바이 러버〉라는 스릴러물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작들이 풍기던 휴머니즘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생의 부인과 사랑에 빠진 형, 형의 미망인과 사랑에 빠지는 동생. 네 남녀의 일탈적 사랑으로부터 출발하는〈굿바이 러버〉는 예측 불허의 반전과 섹스, 코미디와 스릴러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악녀(femme fatale)'의 이미지를 가진 여주인공 패트리샤 아퀘트의 독특한 캐릭터는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교회에서의 섹스신, 여주인공의 이중성을 살리기 위해 절묘하게 편곡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 등이 불러 일으키는 일반적인 도덕이나 낭만적인 환상을 깨는 통렬함도 놓칠 수 없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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