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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학교폭력] 50초 영상으로 학교폭력 맞선 고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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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학교폭력·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공익광고인 ‘크리미널 스쿨’을 만든 박한울(18)군.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상은 왕따·폭행·물고문에 지쳐 유서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현실을 그렸다. 또 학교폭력에 따른 자살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4일 중앙일보를 방문한 박군은 뮤직비디오 제작 등 재능기부를 통해 본지 ‘멈춰! 학교폭력’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배경 화면은 박군이 만든 공익광고의 한 장면이다. [강정현 기자]

‘크리미널 스쿨(Criminal School)’.

 서울 상문고 2학년 박한울(18)군이 만든 학교폭력·자살 예방 동영상의 제목이다. 학교폭력이 사소한 문제가 아닌 ‘범죄’라는 의미에서다.

 지난 1일 박군이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이 동영상은 4일 현재 조회수 5000건이 넘었다. 50초 남짓한 영상은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구타와 물고문을 당한 뒤 유서를 쓰는 학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저건 내 얘기다’ ‘많은 사람이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잘 만들었다’며 영상을 리트윗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교육의 문제, 같이 고민합시다’라고 밝혔다. 박군이 동영상을 만든 건 학교폭력 피해자인 자신의 얘기를 알리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남과 다르게 행동한다. 잘난 체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박군은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내 물건을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은 친구가 합의서를 써달라며 나를 감금했어요.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박군은 “최근 잇따른 학생 자살 사건을 보며 우리 문제를 제일 잘 아는 우리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청소년 영상제작 모임 ‘MIC(Make Invent Create)’를 결성했다. 청소년 미디어 교육 모임인 ‘대한민국 청소년 방송단’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천·경기·충남 등 전국 각지의 학생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첫 프로젝트로 ‘한·미 FTA’ 등 사회 이슈를 재구성한 청소년 시사토크쇼 ‘뚜러뻥’을 기획했다. ‘크리미널 스쿨’의 뮤직비디오 버전도 다음 달 1일 공개할 예정이다.

 박군은 “어른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럴 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라’고 조언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선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지는 게 정답”이라며 “ 학생의 공감을 살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 동영상을 만들어 학교폭력 근절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단체도 진보·보수로 나뉘어 싸우고 있죠. 저는 이념이나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인성,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도가니’가 그랬던 것처럼 ‘크리미널 스쿨’도 국민 모두의 공감과 분노를 이끌어 학교문화 정화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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