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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억 LED거리 사업자 담합 의혹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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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민 세금 165억원을 쓰는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멀티미디어 LED(발광다이오드)거리 조성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IT(정보기술) 분야가 핵심인 이 사업의 경우 심사위원이 건설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지적<본지 지난해 11월 29일 23면>에 이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담합의혹까지 제기됐다.

 염홍철 대전시장의 선거공약인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은 으능정이 거리에 길이 200m, 폭 15m의 영상스크린(캐노피)을 설치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스크린을 설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 사업은 3월 착공, 2013년 6월 완공된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정보통신공사가 97억8000만원(61%)로 비중이 크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28일 시공업체 선정을 위한 실시설계 적격심사를 거쳐 계룡건설산업㈜을 1위 업체로 선정했다. 입찰에 참여한 4개 컨소시엄가운데 계룡건설산업이 90.95점, LS전선 75.95점, 동원시스템즈와 KT가 각각 74.45을 획득했다. 이 사업은 턴키입찰 방식으로 추진됐다. 턴키공사의 경우 대개 1∼2점차 이내에서 순위가 결정돼왔다. 사업권자는 다음주쯤 최종 결정된다.

 이에 대해 KT와 LS전선 등 2개 컨소시엄은 “수용할 수 없다”며 대전시에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또 2개 컨소시엄은 모두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심사”라며 제소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계룡건설과 동원시스템즈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의 전기·정보통신·제어계측 분야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며 “이는 담합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계룡건설과 동원시스템즈 등 2개 컨소시엄의 제안 설계도면을 확인한 결과 ▶목차▶도면이름▶도면 일련번호▶설명 내용 등이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영상스크린을 지지하는 기둥의 외면 지름수치가 2개 제품 모두 1317mm로 같다.

 이들은 계룡건설이 제시한 영상스크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계룡건설이 설계한 영상스크린 길이(179.98m)는 4개 컨소시엄의 제안제품 가운데 가장 작다. 또 영상스크린 전체가 이어지지 않고 중간부분에서 끊긴다. 끊긴 지점은 빔프로젝트로 연결한다. 이럴 경우 스크린영상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상스크린을 지지하는 광고기둥의 경우 계룡건설은 4개 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적은 4개만 설계했다. 대전시는 입찰 안내서에 광고수익으로 시스템 운영비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기둥에 광고를 하도록 권고했다. 광고 수입이 없으면 주민 세금으로 영상스크린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룡건설산업 조명원 상무는 “담합의혹 제기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최고 점수를 준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무호(유성구청도시관리국장) 심의위원장은 “계룡건설 제안서 제품이 가장 성의있게 꾸민 것으로 판단했다”며 “입찰 담합이 통할 수 있는 입찰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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