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못 막으면 이스라엘 나설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마디네자드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 공군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했다. 핵무기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원자로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영국 비밀 문서에 따르면 캐스퍼 와인버거 당시 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허를 찔린 듯 큰 충격을 받았다. 2007년 9월 6일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 원자로를 공습해 파괴했다. 북한 영변의 원자로와 같은 모델이라는 게 당시 외신 보도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서도 공습을 감행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2008년 이스라엘은 미국에 공중급유기, 벙커버스터 폭탄과 이라크 영공 통과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이라크 영공의 통제권은 지난 연말 철수한 미군 손을 떠나 1일부터 이라크에 넘어가 있다. 이란을 공습할 하늘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선 중동을 또다른 전장으로 몰고갈 군사적 카드를 쓰지 않고,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혈맹인 이스라엘에 확신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현실화할 수 있다.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의 핵 보유를 악몽으로 여긴다. 미 의회가 강력한 이란 제재 방안을 포함한 국방수권법을 성립시키고, 12월 31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서명한 것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면서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 조치로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원칙적으로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게 했다. 석유금수 조치나 다름없다. 원유 부문은 이란 대외 수입의 80%에 달한다.

 이란은 12월 24일부터 호르무즈해협 봉쇄 훈련을 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뒤엔 더 강경하게 나왔다. 이란 관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새해 첫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메흐라브(Mehrab)’에 이어 하루 만인 2일(현지시간) 장거리 지대함 미사일 ‘카데르(Ghader)’ 시험발사에서도 성공했다. 마흐무드 무사비 해군사령관은 “카데르 미사일이 페르시아만의 지정된 목표물을 정확히 맞혔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서 이란은 사거리 200㎞의 지대지 미사일 ‘누르(Nour)’, 대함미사일 ‘나스르(Nasr)’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미사일 시위다.

 또 이란원자력청은 1일 자국 과학자가 핵연료봉 제조에 성공해 테헤란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성능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핵무기 제조로 연결되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과시한 것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그는 1일 중앙은행 간부와 연례모임에서 “중앙은행은 적들의 압력에 대처하는 중추 조직”이라면서 “중앙은행은 적들의 모든 음모를 제거하기 위해 힘과 자신감으로 견고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국민이 압박을 받지 않도록 적들의 음모에 맞서 국민과 조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란은 협상카드도 들고 나왔다. 사에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대표는 12월 31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과 독일 등 6개국이 참가하는 협의체에 협상 복귀 의사를 전했다. 이란과 이 협의체 간 회의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 중지를 거부하면서 2011년 1월을 끝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 관련기사

▶ 미국 보란 듯…이란, 새해 벽두 미사일 발사 시위
▶ "사찰 거부하면 핵시설 파괴" 워싱턴선 이란 공습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