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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수직절벽 단숨에 … 73세 스파이더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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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안문현 씨가 15m 높이의 인공암벽장 꼭대기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수정 인턴기자]

새해에도 건강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건강이라는 열매는 투자한 만큼 거둔다. 좋은 생활습관과 고른 식생활, 꾸준한 운동, 그리고 긍정적 삶이 자양분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신년기획 ‘건강은 나이 순이 아니잖아요’ 시리즈를 통해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분들을 소개한다.

 한낮인데도 수은주가 영하 2도에 머무른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한강 뚝섬유원지 실외 인공암벽장. 한 남자가 외투를 벗고 상의 하나만 걸친 채 자일(줄)로 몸을 지탱했다. 홀더(인공 손잡이)를 잡고 15m 높이의 수직 절벽을 3분 만에 올라갔다. 날렵한 몸짓과 뒤태만 봤을 땐 20대 청년의 모습 같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성동구 스파이더맨(거미인간)’으로 불리는 73세, 안문현(73·남·서울시 성동구)씨다.

“너무 나이 많다” 55세 때 등산학교서 퇴짜

안씨는 스포츠 클라이밍(인공암벽타기: sport climbing) 분야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등산을 즐겼던 그는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을 부러운 눈으로만 쳐다봤다. 암벽등반은 위험한 스포츠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5세가 되던 해, ‘죽기 전에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등산학교를 찾아가 등록 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호했다.

 “너무 나이가 많아서 안 됩니다.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30세면 퇴물로 봐요.”

 기분도 나빴지만 오기가 생겼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못 따라가면 스스로 관둘 테니 받아주기만 해요”라고 통사정을 했다. 그때 우연히 스포츠 신문에 낸 교육생 모집 광고를 봤다. ‘암벽등반 초보자 환영·나이 제한 없음’. 안씨는 바로 등록을 했고,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1년 뒤, 모든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출전했다. 안씨는 현재 약 1000여 명의 회원이 있는 전국 장년부 친선 스포츠 클라이밍협회 회장이다. 13년 전, 노인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 직접 후원사를 찾아 대회를 만들었다. 노인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하루 만에 200명 정원이 마감돼 추가 신청자에게 돈을 환불해줬다.

음식은 마음껏 … 매일 걷고 술·담배 안해

그는 음식을 가려 먹지 않는다. 안씨는 “ ‘잡곡밥이 좋다’ ‘삼겹살은 먹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거 생각하면 골치 아파요. 초콜릿·카페라테 같은 것도 다 잘 먹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체중 조절만큼은 신경 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체중이 늘면 몸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7㎏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분당 9.8㎉를 소모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술·담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체질 때문이다. 안씨는 “술을 먹으면 양쪽 코가 막히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담배는 15년 전에 끊었다. 운동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술·담배를 하고 홀더를 잡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스포츠 클라이밍을 더 잘하고 싶어서 담배도 끊은 셈이다.

 안씨의 집중력은 또래보다 월등하다. 협회 안내문도 직접 만든다. 1~2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평소 400쪽에 이르는 산악전문잡지도 정독한다. 집중력이 좋은 건 스포츠 클라이밍 덕분이다. 안씨는 “잠시 딴생각을 해 헛디디면 바로 낙하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안씨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기억력이 좋아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안씨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을 해서 좋은 점을 물었더니 “아내가 다른 노인네들처럼 골골대지 않는다고 좋아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장점은 나이에 비해 동안으로 보인다는 점. 안씨는 “동창들을 만나면 저보고 우리 중에 가장 오래 살 거라고 해요. 지금처럼 건강하다면 100세까지도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장치선 기자

안문현 씨의 건강법

· 하루에 4시간씩 스포츠 클라이밍을 한다 → 건강효과 1분당 9㎉를 소모해 비만을 예방한다.

·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걷기 운동을 한다 → 건강효과 비만·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 매달 400쪽이 넘는 잡지를 정독하고 메모한다. 문서를 직접 작성한다 → 건강효과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치매를 예방한다

·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 건강효과 폐·간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동맥경화 속도를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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