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괴롭히던 아이들 처벌 받게 됐다 … 편히 눈 감으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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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권모군의 부모가 권군의 유골이 안치된 대구시 도림사추모관을 찾아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괴롭히던 학생들이 이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단다. 그만 억울한 마음을 풀고 편히 눈을 감으렴….”

 경찰이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 학생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 날인 12월 30일 피해 학생 권모(13)군의 유골함이 안치된 대구시 동구 도림사 추모관을 가족들이 찾았다. 권군의 어머니 임모(47)씨는 “아이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유서로 남긴 것은 더 이상 이런 일이 학교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라며 “죄를 지은 가해 학생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를 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임씨는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은 법적 심판도 받지 않고 버젓이 학교에 남아 있고, 오히려 피해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가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되풀이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들도 법적 처벌을 받고 나서는 우리 아이의 몫까지 사회에 봉사하며 살기를 바란다”며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됐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사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48)는 “그렇게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게 제일 가슴 아프고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권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경북지역 고교와 중학교 교사다. 그들은 자식의 죽음이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씨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무서워 도망다니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는 정의로운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게 아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권군을 죽음으로 몬 학생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2월 31일 열린다. 이들은 권군 자살 후에도 “샘한테 혼나면 뭐라고 하지” “몰라, 그냥 인정하지 뭐 ㅋㅋㅋ” “감방 가게?” “안 간다”는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군의 부모는 이날 주민자치센터에 권군의 사망신고를 했다. 가슴에 또 한번 자식을 묻었다.

대구=홍권삼·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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