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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인터넷 거래, 급식 질 높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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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사장은 우리나라 학교급식의 품질향상을 위해 전자조달시스템 활용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인턴기자]

“요즘 아이들이 왜 한식을 싫어하는지 아세요? 나쁜 학교급식이 ‘한식=맛없는 음식’으로 인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김재수(54) 사장은 정통 농수산·식품 전문가다. 행정고시 21회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처음 발령받은 곳이 농식품 부였다. 이후 농업연수원장·주미한국대사관 농무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농촌진흥청장·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을 거쳐 현재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학교급식이다. “학교급식이 시행된 지 벌써 7년이다. 중·고등학생은 하루 두 끼까지 학교급식으로 해결하는데, 질은 점점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이 한식이라면 대놓고 싫어하는 이유가 나쁜 학교 급식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학부모의 민원을 많이 들었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학교급식의 질을 올리는 데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시작하게 된 게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이하 ‘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인터넷상에서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유통공사가 만든 전자장터(school.eat.co.kr)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기존의 학교급식은 식재료 공급업체가 직접 서류를 학교에 들고 찾아가 계약권을 따내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고, 낮은 품질의 도매업체와 장기계약을 맺는 등 비리가 나타났다. 낮은 품질의 식자재는 아이들이 학교급식을 먹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학교급식을 외면하고, 컵 떡볶이·튀김·라면·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면 식품업계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통공사는 2009년부터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를 만들어 첫해에만 175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현재 2316개 학교가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식자재 납품업체가 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 등록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시스템에 신청 서류를 넣으면 유통공사 직원이 업체 현장 실사를 간다.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제) 인증을 받았나, 위생환경은 어떤가, 식품의 보존 및 보관상태는 어떤가, 냉동 운반시설은 있는가, 종업원의 위생관리 상태는 어떤가 등을 꼼꼼히 살핀다. 그는 “우리 전자조달시스템에 등록된 업체는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꼼꼼히 검증한다”고 말했다.

 식자재 가격도 싸진다. 김 사장은 “학교급식 담당자는 인터넷상에서 납품 견적을 받아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업체가 동시에 입찰에 들어가므로 거품을 뺀 가격으로 받을 수 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는 것. 여러 학교가 쉽게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것도 저렴한 가격의 요인이다.

 김 사장은 “급식전자조달시스템 적용 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학부모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고 다니니 반응이 금방 온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반기고 있다. 리베이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면서 양질의 식자재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내년도 목표는 전 학교에 전자조달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밥 먹으러 학교 간다는 말을 듣는 게 소원입니다. 좋은 품질의 우리 농산물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맛있는 학교급식을 만드는 게 저의 희망입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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