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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늘면 디카에겐 더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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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캐논코리아 강동환 대표이사는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카메라 시장을 잠식했다고만 볼게 아니다. DSLR 같은 고급 카메라에 대한 수요도 늘려 놓았다”고 말했다.

“DSLR은 어렵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더 어려운 걸 하고 계십니다. 운전·자녀교육·요리 같은. DSLR 어렵다? 어렵지 않다.” 젊은 여성이 DSLR(Digital Single Lense Reflex·필름카메라의 기능을 구현한 디지털카메라)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 위로 ‘DSLR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는 성우의 목소리가 흐른다.

영화관이나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캐논의 광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여성의 마음을 얻는 비결’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캐논을 ‘여성 시장 개척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았다. 이 광고를 통해 캐논이 DSLR에 입문하는 여성 사용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광고에 등장한 제품 EOS 550D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 대가 넘게 팔렸다. 국내 홈쇼핑에서도 12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15일 만난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강동환(57) 대표이사는 “흔히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했다고들 한다. 한데 오히려 고급 카메라의 저변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 얘기를 꺼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가 ‘사진 찍는 맛’을 알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됐다는 것이다. 캐논코리아가 여성을 대상으로 DSLR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울러 중년층을 대상으로 ‘DSLR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덕분일까. 국내 DSLR 카메라 시장에서 캐논 제품의 비중은 58%에 이른다. 캐논은 세계 1위 디지털카메라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2위 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국내 시장에선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강 대표는 “시장이 변하는 건 기업으로선 리스크다. 하지만 잘 관리하면 변화는 기회”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꼽은 캐논의 또 다른 1등 전략은 ‘낙수효과’다. 카메라 시장은 전문가들이 일반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점에 착안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급 플래그십 제품을 정기적으로 내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 일반인을 타깃으로 내놓은 낮은 사양의 제품까지 잘 팔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강 대표는 “이 전략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장기간의 기술 투자 없이는 이를 구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캐논이 내년에 출시할 계획으로 공개한 ‘시네마 EOS’ 역시 영화 촬영에 쓰이는 전문가용 제품이다. 이 제품으로 캐논은 동영상카메라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강 대표는 “캐논은 지난 10년간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 순위에서 4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시네마 EOS 역시 이런 기술력이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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