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김정일 사망, 인민 위해 잘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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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49·사진)씨가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해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인민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 어딘가 불안했지만 이번엔 인민들을 위해선 잘됐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김씨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기 폭파테러는 김정일의 지령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 장본인이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사죄도 없이 사망한 건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사람들이 겉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북한에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건 생존을 위한 지혜”란 생각을 밝혔다. 또 “많은 북한 국민은 지금까지의 암초(暗礁)가 사라졌다고 느끼며,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의 2대(김일성·김정일)는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해 완전히 실패했다”며 ‘김정은 체제’에 대해선 “체제가 흔들릴 위험은 있을지 몰라도 부흥과 발전을 위해선 개방과 개혁의 결단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 유학 경험까지 있는 김정은은 지금의 북한이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군부와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며 “김정남·김정철 등 김정은의 다른 형제들은 철저하게 권력에서 배제될 것”이란 견해도 밝혔다.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관련해 김씨는 “납치의 장본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고, 김정은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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