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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시대 ⑩ (끝) 스노캠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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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지역에 큰 눈이 내린 12월의 두 번째 주말. 인제군 수산리에 있는 자작나무캠핑장으로 향했다. 김태현(34)씨 가족과 함께 눈밭에서 1박2일을 보냈다. 눈 오는 날, 두 아이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놀았다. 스노캠핑은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 눈밭에서 뒹구는 스노캠핑

스노캠핑은 캠퍼들의 로망이다. 눈 내린 다음 날 강원 인제 자작나무캠핑장에서 김태현씨 가족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캠핑장 주변에 가득 쌓인 눈은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가 된다. 눈썰매 등 놀이 기구를 준비해 가면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

물과 산 그 아래 마을 수산리. 응봉산(800m)에서 흘러내린 물이 소양호를 이루고, 그 사이에 마을이 자리잡았다. 대설 이후 이틀이 지나 찾아간 캠핑장은 스노타이어 없이도 무리 없이 갈 수 있었다. 캠프 사이트 주변은 눈이 쌓여 있어 되레 눈 놀이 장소로 적당했다.

 아빠는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뛰어놀았다. 김씨는 일부러 큰 텐트를 두고 중간 정도 크기의 텐트를 가져왔다. 눈밭에서는 신속하게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차양이 있는 외피 안에 4∼5인 돔형 텐트를 쳤다. 겨울철 캠핑은 해가 지기 전, 되도록 이른 시간에 캠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시간. 김씨는 텐트 주변 눈을 한데 긁어모아 ‘눈썰매용 점프대’ 를 만들었다. 눈 턱은 약 20㎝, 아이를 태운 눈썰매가 적당한 거리까지 날아가기에 알맞은 높이다. 혜진이(5)와 민경이(4) 모두 자지러질 듯이 좋아했다. 비명 소리가 숲에 울릴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신나는 놀이도 적당해야 좋은 법. 한 시간쯤 뛰어놀고 나니 “무서워, 그만해”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집 근처 할인 마트에서 1만원 정도 주고 산 눈썰매 덕분에 김씨는 단박에 좋은 아빠가 됐다.

# 난로는 필수 … LPG 20kg면 2박3일 거뜬

스노캠핑의 필수품 가스난로.

스노캠핑은 마냥 낭만적일 것 같지만, 성가신 일도 많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면 캠핑장 진입이 쉽지 않고, 장비도 늘어난다. 또 난방 장비에 욕심을 내다 보면 짐이 많아진다. 아무리 짐이 많아도 난로는 꼭 챙겨야 한다. 난로는 겨울 오토캠핑의 필수품이다.

 캠핑에 쓸 수 있는 난로로는 전기, 가스, 나무난로 등이 있다. 등유 난로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을음이 생긴다. 텐트 내 환기를 잘 해줘야 한다. 가스난로는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쓰이는 난방 장비다. 가격도 경제적이고 사용이 편하다. 난로에 연결된 노즐에 LPG 가스통만 연결하면 된다. 나무난로는 멋스러움이 있지만, 연통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캠핑장에서 장작을 구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 캠핑장은 대부분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전기담요도 많이 쓰인다. 난방기구를 챙겨야 하는 만큼 다른 장비는 덜 가져가는 게 좋다.

 김씨는 가스난로를 준비했다. 자작나무캠핑장은 겨울철 LPG 가스를 판매한다. 20㎏ 한 통이면 2박3일을 충분히 써도 남는다. 주의점도 있다. 난로는 침실 공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고, 환기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텐트는 기본적으로 환기가 되도록 설계돼 있지만, 폭설이 내려 환기 구멍이 막히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누군가 불침번을 서는 게 좋다. 텐트 지붕에 쌓인 눈을 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텐트 안이 넉넉하면 휴대용 침상을 가져가는 것도 좋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차단할 수 있다. 침낭 안에 온수 통을 넣고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을 채운 수통에 수건을 씌우면 자연스레 ‘핫팩’이 된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히말라야 원정대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약국에서 파는 찜질팩도 좋다.

#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쓰세요

자작나무캠핑장은 30만㎡ 넓이의 자작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자작나무 숫자만 100만 그루에 달한다. 임도를 따라 난 트레킹 코스를 걸어본다. 자동차나 자전거로도 갈 수 있지만, 걷는 게 낭만적이다. 게다가 걷는 건 가장 안전하다. 눈 쌓인 산길에서 두 발보다 안전한 건 없다.

 캠핑장을 출발해 20분쯤 가면 ‘임도’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한 시간을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른바 ‘한반도 군락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20년쯤 전 자작나무 숲을 조림했을 때 자작나무 군락이 한반도 모양처럼 보이도록 심은 것이다. 희나리처럼 빛을 발하는 자작나무 군락이 하얀 캔버스를 펼쳐놓은 것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전망대에서 7㎞를 더 가야 원점인 캠핑장으로 돌아온다. 총 12㎞ 완주 코스는 쉬엄쉬엄 걸으면 네댓 시간 걸린다. 한겨울 눈 쌓인 길은 아이들에게는 무리일 성 싶다. 전망대에서 되돌아오는 게 좋다.

 김씨가 벗겨져 떨어진 자작나무 껍질을 아이들에게 건넨다. “아주 옛날엔 사람들이 여기에 편지를 쓰고 그림도 그렸단다. 지금의 종이처럼 말이야.” 아이들이 “정말? 정말?” 하며 신기해한다. 미리 펜을 가져가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주면 ‘센스 만점’ 아빠가 될 수 있다.

[12월의 캠핑장] 인제 자작나무캠핑장

주중에는 주인이 자리를 비워 주말에만 문을 연다. 응봉산 아래 계곡 옆으로 자갈과 모래가 깔린 캠핑사이트가 있다. 텐트 40여 동을 설치할 수 있고 원룸 스타일의 숙소도 다섯 동 있다. 자작나무 군락은 캠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화장실· 샤워장·취사장이 따로 있으며, 전기와 무선인터넷도 사용이 가능하다. 주변에 식당이나 마트가 없어 밥을 사 먹으려면 차로 20분 정도 가야 한다. 캠핑장에서 난방에 필요한 연료와 장작을 판다. 캠핑장을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해야 한다. LPG 가스는 20㎏ 1통 4만5000원, 등유는 1ℓ 1400원이다. 춘천고속도로 동홍천IC로 나와 인제군으로 가는 44번 국도를 타고 신남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고개를 하나 넘으면 수산리 방향이다. 캠핑장 이용료 2만5000원(주차료·전기사용료 각 3000원). cafe.daum.net/jajakcamp.

[12월의 캠핑장비] 휴대용 침상과 매트리스

겨울철 오토캠핑에서 접이식 침상은 안락한 텐트 생활을 돕는 장비다. 접이식 침상은 자동차 트렁크에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사이즈가 좋다. 텐트 안에 펼쳐놓으면 약 2m가 되지만, 수납 시에는 절반 크기로 줄어든다.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돼 있어 무게도 2∼3㎏에 불과하다. 블랙야크 접이식 침상 ‘로우베드’는 펼쳤을 때 지상에서 약 20㎝ 올라온다. 침상이 높으면 텐트 안에서 움직이기 힘든 점을 고려했다. 침상을 설치하고 위에 기능성 매트리스를 깔면 보온성을 높일 수 있다. 블랙야크 ‘랜드롤매트리스’는 바닥에 팬 골이 매트리스와 몸이 접촉할 때 생기는 공기 구멍 역할을 해 보온 효과를 낸다. 접이식 침상 10만9000원, 랜드롤매트리스 2만원.

‘아빠표 점프대’ 만들어 눈썰매 씽씽 … 아이 함성이 숲을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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