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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 통보받은 1급, 분노 불쾌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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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심각한 인사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 일반직 1급 공무원 6명 중 5명에게 “나가라”는 박원순 시장의 뜻이 전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시장이 바뀌면 1급 공무원 중 1~2명이 교체되는 일은 잦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1급 공무원 5명이 물러나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는 게 서울시 공무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시 일각에서는 “모 고위직이 자신의 ‘라인’을 중용하기 위해 움직였고 시 사정을 잘 모르는 박 시장이 넘어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공무원 노동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임승룡 위원장은 “앞으로 4급 이상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연줄을 대는 데 몰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퇴직을 통보받은 1급은 최항도 기획조정실장, 정순구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신면호 경제진흥본부장, 김효수 주택본부장,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이다. 인사안이 알려진 다음 날인 22일 이들의 반응은 분노에서 체념까지 다양했다.

가장 반발이 심한 A씨는 “김상범 부시장에게 아예 나를 자르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인사에 기준이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며 “(이런 식의 인사를 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박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전 시장의 사람으로 분류돼 있어 각오는 했지만 통보 과정이 불쾌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B씨는 “최소한의 인사 관행과 원칙, 배려 없이 나가라고 하니 언짢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정치판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C씨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칼의 날을 잡고 휘두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D씨는 “미리 언질이라도 줬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29일 결정될 서울시 본부장급 인사에선 기획조정실장에 장정우 도시교통본부장, 주택본부장에 이건기 주택기획관, 도시안전본부장에 송득범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유력하다.

전영선·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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