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명숙 무죄 땐 ‘현명한 사법부’ … 정봉주 유죄엔 ‘사법부 죽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법원이 22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51·사진)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 조작과 횡령을 했고, BBK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허위임이 증명됐고 이러한 의혹 제기가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에 기초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008년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최근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물론 야당 정치인과 유명인까지 사법부 판단 자체를 부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작가 공지영(49)씨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법부에도 조종(弔鐘)이 울리는군요. 이 땅의 모든 이성과 양심이 죽었음을 알리는 조종 소리”라며 사법부를 비난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도 “오늘부로 그는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 양심수가 되었다! 역사와 진실은 정봉주의 무죄를 선고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10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민주당 등에선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 오후 관할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형 집행을 위해 정 전 의원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 절차에 따른 형 집행까지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빨리 집행하는 건 인혁당 사법살인 이후 처음일 듯. 한 달 걸리는 사건도 봤습니다”며 화살을 검찰로 돌렸다.

 상고심 재판의 주심을 맡은 이상훈(55·사법연수원 10기) 대법관도 공격 대상이 됐다. 선고를 앞두고 “진보 성향인 이 대법관을 믿는다”고 했던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판결 후엔 올 초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이 대법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다시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트위터에 “이상훈 대법관! 사법의 양심을 판 그 더러운 이름을 잊지 않으마! 정권의 개가 된 반면 동시에 역사의 개가 된 순간이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법관의 사진도 계속 리트윗(RT·재전송)됐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떠돌고 있다.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오전에 광주지방경찰청 명의로 팔로잉 들어와 있어 왠지 의심스러워 살펴보니 정봉주 의원 무죄 트윗 올리신 분들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모양입니다. 견찰(경찰)의 sns 통제가 시작됐습니다. 이를 널리 알려 주세요. 그런다고 우린 쫄지 않아~”라는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정 전 의원 팬카페 회원과 지지자 300여 명은 대법원의 유죄 확정소식이 알려지자 “정봉주 무죄, 대한민국 유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전 의원은 “BBK는 국민이 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 후 기자가 정 전 의원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 등과 함께 ‘나꼼수’ 녹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의원과 연락이 닿지 않자 출석일자를 23일 오전 10시로 미뤘다. ‘나꼼수’ 패널 중 한 명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오후 6시 트위터를 통해 “정봉주 의원은 26일 월요일 오후 1시에 서울지검에 자진출두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 2심에서 법정 구속하지 않았고 출석일자를 하루 미뤄 준 것도 많이 배려한 것 아닌가. 정 전 의원이 집행에 응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지지자들 대법 판결 반발
정봉주 “BBK 재수사하라”
야당 정치인들 가세, 검찰 형 집행도 비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