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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도안 신도시 아파트에 공통적으로 있는 것은 … A : 배드민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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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전시 도안신도시에 최근 분양된 우미린·리슈빌·아이파크·베르디움 등 아파트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커뮤니티 시설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배드민턴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규모도 정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활약한 유용성 등 유명 배드민턴 선수들이 이 지역 출신이어서 대전은 배드민턴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우미건설 양동희 분양소장은 “대전 주택 수요자들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배드민턴에 대한 대전 사람들의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나타나 필수 부대시설로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들의 지역별 개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시설이나 평면·구조 등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업체들이 실제로 입주해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을 잡기 위해 지역 문화나 정서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제주도 아라지구에 분양한 제주 아라 아이파크에는 서서 빨래할 수 있는 보조 주방이 있다.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공간인 물부엌을 본떠 만든 공간이다. 물부엌은 조리시설이 있어 요리 등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엌과 다르다. 수도시설이 설치돼 손빨래 등 물을 쓰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섬인 제주도는 바닷바람이 세기 때문에 내륙지방에서는 마당에 있는 수돗가가 실내에 있다는 데서 착안됐다. 현대산업개발 이영길 분양소장은 “물부엌이 있는 단독주택에 익숙한 제주도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인천시 송도지구에 분양되는 포스코건설의 더샵 그린워크는 자전거보관소를 외부가 아닌 1층 로비에 들인다. 바닷가인 송도의 지리적 특성상 자전거가 바닷바람에 녹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성재호 분양소장은 “바닷바람뿐 아니라 눈·비 등을 피할 수 있어 자전거를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울산시 동구 전하동에 짓는 전하e편한세상은 지하 자동차주차장 옆에 오토바이 18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인근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소·현대자동차 등 산업단지에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삼호가 이달 경남 거제시 아주동에 내놓는 거제e편한세상도 인근 조선소 근무자들을 위해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만든다. 아주동 뉴한솔공인 최미봉 실장은 “거제도는 섬이 크지 않아 조선소 직원들이 직장까지 걷기에는 멀고 차로 이동하기에는 가까워 주차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독특한 정서나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부산에선 아파트 분양 마케팅에 야구 관련 이벤트가 단골 아이템이다. 삼성물산은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에 짓는 래미안 해운대 견본주택에서 화장품·생활용품 대신 부산 연고의 야구팀인 롯데자이언츠팀의 유니폼과 사인볼 등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한옥이 많이 남아 있는 호남에선 한옥을 살린 설계가 많다. 호반건설이 전북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에 분양한 호반베르디움은 전통 정자가 있는 녹지공간을 꾸민다. 피데스개발이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에 선보인 우미 파렌하이트는 사랑채·툇마루 등 한옥 디자인을 적용했다.

 호남은 음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이어서 다른 지역보다 주방이 넓은 점도 특징이다.

 평면에서도 지역별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대구시 신천동 신천자이 등 영남지역에 분양된 일부 아파트는 거실에서 주방이 보이지 않는다. GS건설 박희석 분양소장은 “여성이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들을 생각해 주방과 거실을 나눴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태섭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많을 때는 아파트 상품이 지역별로 차별화되지 않았지만 요즘 같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에선 지역주민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테일’(세밀한 부분)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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