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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개선 효과 … 한우 홍보 맡았다 채식선언한 연예인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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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07면

김태평을 아시는지. 머리를 갸우뚱했다면 질문을 고쳐보겠다. 그렇다면 현빈을 아시는지.
김태평은 배우 현빈의 본명이다. 소속은 해병대 백령대 6여단. 그가 군에서 받는 월급은 채 10만원이 안 되지만, 그로 인해 해병대가 얻는 홍보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의 입대와 해병대 홍보서적 출간 등으로 1조원 가까운 홍보효과를 해병대가 보고 있다는 추정치도 나온다. 대중의 인지도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힘인 셈이다.

홍보대사 전성시대 허와 실

그러다 보니 몇 해 전부터 각 기관이나 단체마다 앞다퉈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활용하고 있다. 홍보효과가 크다는 방증이다. 어떤 발 넓은 연예인은 무려 40여 곳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경우도 있다.

가위 홍보대사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얼마 전 홍보대사 가운데 한 명이 작은 해프닝을 만들어 관심을 모았다. 개그우먼 김미화씨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을 두고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인권위원회가 침묵한 데 반발해 홍보대사직을 내려놓았다.

연예인 홍보대사면 ‘만능’?
홍보대사는 대부분 연예인이 차지하고 있다. 영화배우 정준호씨는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현재 48군데 홍보대사로 재임 중이다. 내년에 40개를 추가해 3년 안에 150개를 돌파하겠다”는 호언을 하기도 했다.

연예인 홍보대사의 원조는 세계적인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일 것이다. 헵번은 1953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에 출연한 뒤 스타덤에 올랐다. 전성기를 보내고 은둔하던 헵번은 1988년 마카오 자선기금 모금 콘서트를 도운 것을 계기로 ‘명성’ 기부를 시작한다. 이듬해인 89년, 59세이던 헵번은 국제 아동구호단체인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의 문을 두드려 ‘친선대사(goodwill ambassador)’를 자청했다. 지금의 홍보대사(honorary ambassador) 격이다. 보수는 1달러였지만 에티오피아·소말리아·베트남을 돌며 굶주리고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에 세계 팬들은 열광했다.

최근엔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로, 테니스 선수인 마리야 샤라포바가 유엔개발계획의 홍보대사로 세계 빈곤퇴치 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홍보대사를 둔 곳은 서울시다. 유지태·박상원씨 같은 배우부터 가수 김현철씨까지 40여 명의 유명인사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정부부처 가운데선 보건복지부가 40여 명으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홍보대사는 명예직이다. 연예인으로선 국가기관의 홍보대사를 하게 되면 대중에게 ‘깨끗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단기간에 손쉽게 국민들의 눈길을 끌어모을 수 있다. 홍보대사를 매개로 서로 윈윈하는 모양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박재범·안혜경·문희준씨를 비롯해 프로골퍼 양용은씨 등 유명인사를 대거 홍보대사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서의 각종 인식 개선 운동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혈 홍보, 실종아동찾기, 아동보호센터 운영 등 캠페인성 사업에 주로 연예인 홍보대사가 쓰인다는 이야기다. 섭외 선호도는 인기와 비례한다. 특정 연예인의 활동에 따라 홍보대사를 선정하기도 한다. 예컨대 애연가였던 개그맨 박명수씨는 ‘금연’ 선언을 한 덕에 복지부 금연 홍보대사로 선정돼 활동비로 1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기초단체 홍보대사는 조례에 따라 운영된다. 대개 5명 안팎으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목포시는 최대 50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무는 대개 특산물이나 관광사업 등 시 사업 홍보에 치우쳐 있다.

지자체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고향 출신이거나 지역 특산물과 이미지가 부합되는 사람을 주로 쓴다. 예산이 한정된 탓에 교통비·숙박비 등 일부 경비조로 ‘거마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보수는 없다. 순천시처럼 조례에 ‘특산품 제공’을 명문화한 곳도 있다.
 
거액 지불하며 효과 검증은 안 해
그러나 기관이나 단체 등은 상당한 몸값을 홍보대사에게 지불하기도 한다. 몸값은 천차만별이다.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홍보대사였던 배우 이순재씨는 1억원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인 배우 임현식씨는 8000만원을 받았지만 임채원씨는 3000만원을 지급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보대사를 맡았던 배우 조재현씨는 지난 2년6개월간 2억2500만원, 복지부 암 예방 홍보대사를 했던 가수 홍서범·조갑경씨 부부는 400만원, 아동 가정위탁 홍보대사인 배우 권오중씨는 ‘녹음’ 수당으로 50만원을 받았다.

국내 홍보대사의 효시는 국세청이다. 10여 년 전부터 홍보대사제를 운영하며 ‘납세자의 날’ 표창을 받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홍보대사는 배우 한효주씨와 황정민씨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홍보를 대신하는 일이라 흔쾌히 무보수로 국가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차원에서 이미지 광고를 위해 모델 성격으로 홍보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일정액의 모델료를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홍보효과 검증 등 사후 관리는 소홀한 편이다. 예산을 할애해 모델비를 지불하지만 정작 이미지 개선이 얼마나 되었는지, 효과는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고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광고 전후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해 개선점과 영향력 유무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빈발
연예인 홍보대사가 인기를 끌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벌어진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해 홍보대사를 배우 최불암씨에서 가수 이효리씨로 교체했다.

이씨가 받은 금액은 최씨의 3배에 달하는 3억원대. 문제가 불거진 것은 6개월 뒤 이씨와의 계약이 만료된 직후였다. 이씨가 돌연 “채식을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한우농가들의 분노를 샀다.

홍보대사 활동과 함께 자신의 견해를 강하게 드러내는 일도 있다. 서울시 홍보대사인 배우 박상원씨는 얼마 전 무상급식 찬반투표 독려 1인 홍보에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도 자신을 위촉한 인권위와 갈등을 빚은 사례다.

소신을 갖고 홍보대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적잖다. 법무부는 지난해 건강한 아이돌 그룹 이미지를 갖고 있는 2NE1을 홍보대사로 섭외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의 문을 두드렸다. 흔쾌히 홍보대사 제안에 응한 2NE1은 곧 법무부의 로고송인 ‘지켜요, 작은 기본’ 녹음에 돌입했다.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지라 녹음 도중 멤버인 박봄씨가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지만 링거를 맞으며 녹음을 마치는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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