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돌아온 손연재 “곤봉에 푹 빠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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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사진)가 런던 올림픽을 위해 ‘겨울 휴식’도 반납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훈련하던 손연재가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러시아 훈련장이 앞으로 한 달간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일종의 ‘겨울방학’인 셈이다. 더구나 12월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체조 국가대표 공식 훈련이 없는 시기다. 그러나 손연재는 한국에서도 훈련을 쉬지 않는다. 세종고와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고강도 훈련을 한다. 설날 연휴에도 1월 1일 하루만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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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재가 휴식도 반납하며 훈련에 매달리는 까닭은 런던 올림픽이 8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 목표를 메달권 진입으로 잡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 동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리듬체조에서 동양인이 메달을 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손연재의 상승세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지난해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32위(98.625점)에 그쳤던 손연재는 올해 11위(107.750점)까지 치고 올라왔다.

 손연재는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러시아에서 훈련하는 동안 체력 강화에 힘썼다. 한 종목당 경기 시간은 1분30초. ‘생각보다 짧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구와 함께 끊임없이 고난도 동작을 연기해야 하는 리듬체조 선수에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손연재는 “연기를 끝내고 나면 100m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두세 시간 안에 네 종목(후프-볼-리본-곤봉) 경기를 마치는 개인종목 결선에선 체력이 관건이다. 손연재는 하루에 한 시간씩 10㎞를 달리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프로그램의 난이도도 높였다. 네 종목 중 난이도가 가장 떨어졌던 곤봉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했다. 애초 곤봉은 손연재가 가장 취약했던 종목. 그러나 몽펠리에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결선에서 네 종목 중 가장 높은 점수(27.175점)를 받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곤봉 실력이 는 만큼 프로그램 난이도를 올려 기본점수를 높게 책정받으려는 계획이다.

 난이도를 높이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거나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경우에 따라선 난이도 낮은 프로그램보다 점수가 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측은 “(손연재가) 높아진 난이도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러시아 훈련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손연재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수정된 프로그램을 몸에 익히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김지희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는 “내일(16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곤봉) 종목이 많이 수정된 만큼 프로그램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손연재는 약 한 달간 한국에 머무른 뒤 내년 1월 10일 러시아로 출국한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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