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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빚더미 앉은 용인 100억 예술단 만든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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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학규 용인시장

무리한 경전철 사업 때문에 재정이 악화돼 허리띠를 졸라매던 용인시가 100억원을 들여 예술단을 창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인시는 내년에 시립교향악단과 국악단을 창단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시는 내년 2월 조례를 개정한 뒤 3월에 예술단 창단비용(80억원)을 추경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예술단 운영비는 매년 20억원 정도다. 예술단 창단은 지난해 7월 취임한 김학규(64) 시장의 공약이다. 시는 창단 예산을 지난달 확정된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하려다 시의원들이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내년 초 추경 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용인시는 경전철 사업 협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민간사업자가 요구하면 당장이라도 최소 5157억원의 공사비(해지 지급금)를 지불해야 한다. 시는 지급금 마련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지방채 발행액을 포함해 1560억원을 편성했다. 용인경전철 범시민대책위원회 강성구 상임공동대표는 “용인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줘야 할 공사비 이자만 하루 6700만원이다. 예산 낭비를 막 아야 할 때 예술단 설립을 운운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의회 이우현 (47·민주당) 부의장은 “내년에는 시가 쓸 수 있는 돈이 크게 줄었다. 지금은 예술단 창단을 말할 시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용인시의 내년도 전체 예산 1조6845억원 중 법적·의무적 경비를 뺀 순수 사업예산은 2497억원이다. 올해(3500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경전철 공사비 때문이다. 꼭 필요하지 않거나 시간을 다투지 않는 사업은 중단 또는 축소됐다. 시가 연간 운영비 12억원이 드는 용인시청 여자핸드볼팀을 해체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시는 연말까지 직장운동경기부 11개 팀을 해체해 연간 운영비를 216억원에서 7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본지 11월 29일자 23면> 영어마을, 시립골프장 건립 등도 재정 때문에 중단했다.

 박재신(57·한나라당) 시의원은 “수많은 운동선수들을 실업자로 내몰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예술단을 만들겠다고 하면 누가 수긍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용인=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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