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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신뢰 리더십’… 실적 부진 LG전자 승진 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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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구본준 부회장

“사기는 떨어트리지 않는 대신 스피드 경영 체제로 조직을 일신했다.” 구본준(60)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임원 인사를 했다. LG전자는 올해 어느 해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세계 경기 침체에다 주력 부문인 휴대전화 부문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크게 고전했다.

 올 3분기에는 매출 12조8973억원에 영업손실 319억원을 냈다. 3분기 만에 적자 전환이다. 휴대전화 부문은 6분기 연속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구 부회장은 이런 위기의 원인을 ‘속도’에서 찾았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의사결정과 조직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 부회장의 색깔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이번 인사에 큰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인사는 취임 두 달 만에 이뤄져 조직 안정에 중점을 뒀던 반면, 이번엔 ‘독한 LG전자로의 부활’이라는 그의 경영 신념이 반영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안정’을 택했다.

 LG전자는 이날 권희원(56)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는 총 43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지난해(39명)에 비해 승진 임원이 외려 10%가량 는 것이다.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인 이영하 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자리 이동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노환용(55) 에어컨 및 에너지(AE)사업본부장, 박종석(53)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 권희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은 유임됐다. 신문범(57) HA사업본부 해외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이영하 사장 자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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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안정을 선택한 것은 내부 조직을 다독이기 위한 조치다. LG전자는 올해 내내 실적 부진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임직원들도 어느 때보다 사기가 떨어졌다.

 구 부회장은 또 이번 인사에서 ‘성과를 내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드러냈다. 사장으로 승진한 권희원 HE사업본부장과 부사장에 오른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이 이에 해당한다. 권 사장과 최 부사장은 전사적 부진 속에서도 3D TV로 세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TV 전쟁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특히 세계 평판TV 시장에선 소니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섰다. 회사 전체를 부진에 빠뜨린 MC사업본부에서도 재기의 발판이 될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담당자를 중심으로 6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반면 조직은 군살을 뺐고 지휘 라인은 대폭 간소화했다. 위기 탈출책으로 제시한 ‘스피드 경영’ 체제로 조직을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우선 최고경영자(CEO) 아래 있던 유럽·북미·중국 등 8개 해외 지역 대표 중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6개 지역 대표직을 폐지했다.

 생산·품질·운영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설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사장급이 맡게 될 COO는 사내외에서 3~4명 정도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임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LG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선언 기자

◆LG전자 ▶사장 권희원 HE사업본부장 ▶부사장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 ▶전무 권봉석 권일근 권택률 김원대 김인석 김준호 박재유 손보익 이충학 정백영 차국환 ▶상무 김도현 김원범 나채룡 남상완 박병학 박평구 박형세 박홍기 백승면 백승태 서정원 송남조 신대호 엄태관 오민진 오정원 유규문 유병헌 이기영 이도준 이동선 이석종 이헌민 임주응 정수화 조한기 최광열 하진호 허인권 홍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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