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 지원금 40%로 제한, 창업 어렵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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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6일 중앙대에서 열린 한국창업포럼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김정인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강병오 한국창업포럼 회장, 장지인 중앙대 부총장,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이경만 대통령실 행정관,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사업이 창업 기업 숫자를 늘리는 식의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준비가 덜 된 젊은이들까지 쫓기듯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박재환 교수(지식경영학부장)가 26일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창업포럼 창립 기념 학술대회 ‘대한민국의 청년, 창업에 길을 묻다’에서 펼친 주장이다. 학술대회는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이 주관하고 중앙일보와 중소기업청이 후원했다.

박재환 교수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먼저 정부의 창업 지원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부터 짚었다. “괜찮은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을 뽑아 1년간 수천만원씩을 지원하는 건 좋다. 그 다음이 문제다. 자금 활용에 융통성이 없다. ‘반드시 시제품 개발에 지원금의 40%를 써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창업 아이템의 성격에 따라 시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의 80%가 드는 것도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 돈을 받으면 절대 40% 넘게 시제품 개발에 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창업 준비를 하기 어렵다.”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정부는 어쨌든 1년 단위로 지원 사업에 대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 지원을 하면 1년 뒤에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돈이 모자라 시제품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다시 말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도 창업을 하게 된다. 이런 기업들은 창업 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효율적인 창업 지원을 위해 “정부보다 민간이 창업 투자에 많이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투자자는 창업 후 기업공개(상장)까지 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므로 성공적인 창업 지원이 많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창업 투자(에인절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창업 기업에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중기청 이병권 창업진흥과장은 “에인절 투자자는 투자액의 30%까지 종합소득세에서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당·정 협의를 마쳤다”며 “내년 중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또 김선권(43) 카페베네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 특강을 했다. 그는 농사일로 9남매를 키우던 홀어머니가 어느 비 오는 날 진흙투성이가 돼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크면 꼭 비옷을 사드리리라’ 마음먹었다는 옛 얘기를 꺼냈다. 김 대표는 “그때의 결핍이 지금 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며 “청년 여러분도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게 창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동선 중기청장은 축사에서 “창업은 취직 못해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의 길”이라며 “정부는 젊은이들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중국·인도 등 해외에서 창업을 하는 것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한국창업포럼=창업 스타가 될 후보자들을 발굴해 육성함으로써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중앙대 창업학 박사 출신들이 모여 만들었다. 창업가 정신을 퍼뜨리기 위한 각종 행사를 하고, 스타 창업 후보자와 에인절 투자자를 연결하는 등의 일을 한다. 초대 회장은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중앙대 겸임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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