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폴리테이너에 농락당하는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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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소셜테이너(Social-tainer)에 이어 폴리테이너(Poli-tainer)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사용하는 연예인(Entertainer)이 늘어나면서 소셜테이너란 말이 등장한 지 오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SNS를 사용하는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에 몰두하면서 폴리테이너(정치연예인)란 말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이들의 책임감에 비해 영향력이 너무 크고, 또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문제되는 사례는 인기 작가 공지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직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향해 ‘손학새’라고 비하한 표현을 재전송하면서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고 덧붙인 글이다. 공씨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과 짜고 FTA 비준안을 묵인했다는 의심을 한 듯하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임은 맞지만 FTA 비준을 묵인했다거나, 한나라당에서 파견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원칙적으로 개인 간의 통신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면 자신의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감을 느껴야 맞다. 특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인기 연예인의 경우 신중해야 한다. 수십만 팔로어들에게 후련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무책임한 단문이 복잡한 정치 현안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본의 아니게 건설적인 공론(公論)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연예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연예인 스스로 금도(襟度)를 지켜야 한다.

 연예인들의 정치발언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극성인 것은 기성 정치권의 부실 탓이다. 제대로 된 정당정치와 책임정치가 작동하지 못하니 누군가 정치적 표현을 대신하게 되고, 트위터의 특성상 대중의 감성에 민감한 연예인들이 과잉 대표성을 띠게 마련이다. 당 대표에 대한 근거 없는 조롱에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부실정치의 현주소다. 명예훼손에 책임을 묻는 자세는 SNS의 기본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며, 책임정당의 자존심을 잃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