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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워크 아웃'] 제도악용에 쐐기

중앙일보

입력

기업을 수술해 회생시키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가 거꾸로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수술칼을 든 직접적인 이유는 일부 대상 기업주와 채권단이 '부실 연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데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업특성상 채무조정이나 지원효과를 내기 어려운 건설업체나 화섬업체까지 워크아웃에 집어넣는 등 '살릴 기업만 살린다' 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던 것부터가 문제였다.

◇ 무엇이 문제인가〓1998년 7월 워크아웃제도가 도입된 후 대상기업은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를 포함해 모두 1백2개사. 지난해까지 26개사가 졸업.퇴출됐고, 남은 76개사중 32개사가 오는 8월까지 조기졸업.퇴출될 예정이다.

대우 계열사 12곳 65조원을 포함해 남은 44개 기업의 채무만 약 80조원에 달한다.

일단 제도 자체는 그간 절반 가까운 기업이 워크아웃 병동에서 퇴원하거나 퇴원예정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부 기업.채권단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져 더 이상 제도를 끌고가기 어려울 정도다.

동아건설의 고병우 전회장은 은행이 지원한 자금을 정치권에 로비자금으로 뿌렸고, 일부 기업들은 싼 이자로 빌린 자금을 악용해 덤핑판매에 나서는 등 물의를 빚었다.

또 채권단이 파견한 경영관리단은 ▶정실 인사▶경영권 간여는 물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기업 돈을 마음대로 써대는 통에 해당기업 임직원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이성규 사무국장은 "최근에 많은 비판이 있지만 워크아웃이 없었다면 기업도산으로 자금시장이 망가져 지금같은 경제회복은 어려웠을 것" 이라며 "제도 자체보다는 룰을 지키지 않은 일부 기업.채권단의 문제" 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LG경제연구소는 1998년부터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59개사 중 5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자산매각▶사재출연▶계열사 정리 등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해 올 3월까지 목표인 4조6천억원의 75%인 3조4천억원어치에 그쳤으며, 35개 기업은 매출액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상대적으로 나빴다.

상장기업들 중 지난해 적자를 낸 기업들은 23%였던데 반해 워크아웃업체들은 60% 이상이 적자였다.

LG경제연구원은 "워크아웃 기업들의 98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 7.9%였다" 고 분석했다.

워크아웃제도를 두고 지난 1997년 부실기업의 퇴출을 막아 외환위기로 이어졌던 '부도유예협약' 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론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정훈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공사례도 상당수 있지만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 며 "보다 효율적인 워크아웃을 위해서는 정밀 실사를 통해 회생불가능한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켜야한다" 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6일 "은행들이 워크아웃 기업을 관리하기 때문에 적당히 봐주는 경향이 있다" 며 "워크아웃 계획을 연내에 모두 차질없이 마무리하라" 고 지시했다.

◇ 어떻게 수술하나〓방향은 기존 워크아웃 기업처리와 새 기업회생절차 마련 등 2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기존 32개 워크아웃 기업은 엄정 실사를 거쳐 살릴 기업과 퇴출기업을 오는 11월까지 확정한다.

살릴 기업은 채무를 다시 조정해주는 등 확실한 회생계획을 세워 끌고나가되, 가망 없는 기업은 법정관리 등 정리절차를 밟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3일 착수한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 기업.채권단 일제 점검결과에 따라 기업주의 회생의지가 적고 정상화가 어려운 기업 4~5곳을 이달중 본보기로 법정관리에 집어넣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새 기업회생절차는 현재 워크아웃의 틀에 사전조정제와 기업구조정투자회사(CRV)를 가미해 만들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법안이 통과되는 9월이후론 신규 워크아웃을 중단할 계획이다.

새 기업회생절차는 그간 워크아웃 사령탑을 맡았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해산하고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회생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대신 채권단이 이해관계에 얽혀 기업 회생여부 결정을 마냥 미룰 것에 대비해 3개월간 시간을 주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법정관리 등을 통해 해당 기업을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기업회생을 결정, 채무조정안이 마련되면 이에 따라 기업살리기를 진행하되 도중에라도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정리절차를 밟게 된다.

이때는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이 법원에 의해 그대로 인정돼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경영진만 바뀌는 사전조정제가 적용된다.

현행 워크아웃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기존 채무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일쑤라 손해를 보지않으려는 채권단들이 일부 부실기업을 그냥 끌고가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 제2의 부도유예협약 비판도〓지난 10일 LG경제연구소는 지난 1998년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59개사중 55개기업을 분석한 결과, ▶자산매각▶사재출연▶계열사 정리 등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해 올 3월까지 목표인 4조6천억원의 75%인 3조4천억원어치에 그쳤으며 35개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워크아웃제도를 두고 지난 1997년 부실기업의 퇴출을 막아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은 원인으로 지적됐던 '부도유예협약' 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론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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