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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중랑천 잉어는 비 오는 날이 겁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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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청계천과 중랑천의 합류 지점인 서울 성수동 살곶이다리(전곶교) 아래에서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서울환경연합(의장 이재석)은 “19일 오전 8시 시민의 제보가 들어와 현장에서 물고기 떼죽음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살곶이다리는 하·폐수를 처리하는 중랑물재생센터에서 약 600m, 철새보호구역에서 약 300m 떨어져 있다. 성동구청도 이날 작업을 통해 수거한 물고기를 용답동 음식물쓰레기처리장에서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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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살곶이다리는 철새보호구역으로부터 300m, 중랑물재생센터에서 600m 떨어진 곳이다. 지난 18일 내린 비로 불어난 하수가 물재생센터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서 쓰레기와 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작은 사진은 살곶이다리 아래에 죽은 채 떠오른 잉어들.

 현장 조사를 진행한 서울환경연합은 이번 물고기 떼죽음이 하천의 부영양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단체 활동가 손민우(25)씨는 “18일 내린 비로 주변의 쓰레기가 하천으로 쓸려 들어갔다”며 “이 쓰레기로 하천에 부영양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물고기들이 산소 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돼야 할 빗물 오수가 넘치면서 주변의 쓰레기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하수처리시설은 빗물과 하수를 함께 처리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릴 경우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서 하천으로 물이 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 주변에 있었던 시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랑물재생센터 주변에는 쏟아져 나온 각종 쓰레기들이 젖은 채로 널려 있었고, 악취도 심했다고 한다.

 흘러 넘친 물이 하천 바닥의 유기물을 떠오르게 하면서 하천을 오염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한강유역환경청 박남제 수생태관리과장은 “하천 바닥에는 오염된 물질이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며 “비로 인해 이 오염물질이 올라오면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들이 폐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랑천은 2000년 이후 물고기 떼죽음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곳이다. 2000년 4월 21일에는 이번 떼죽음이 일어난 살곶이다리 아래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폐사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은 하수처리장이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폐수를 방류했고,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려 도로 위의 유기물이 강으로 대거 흘러 들어가면서 생긴 것으로 결론지었다. 2000년에는 중랑천에서 물고기 폐사가 총 세 차례 일어났으며, 2003년과 2007년에도 이 하천에서 물고기가 떼죽음당했다.

 서울시도 잇따른 물고기 떼죽음이 현행 합류식 하수관 체계와 오염물질 과다 유입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빗물 오수를 처리할 수 있는 저류조 설치와 수중보 철거를 대책으로 제시해왔다. 이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뭄 뒤 비가 내릴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서울시에 “민관공동조사를 진행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정봉 기자

◆부영양화(富營養化)=강·바다·호수 등 물속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인 질소·인 등 유기물질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현상. 이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면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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