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력 비상 땐 사전 조치 없이 전기 강제 차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비상시 민간의 전기 사용에 대한 통제가 한층 강화된다. 앞으로 2~3년간 심각한 전력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발생 위험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그간은 전력 수급이 어려울 경우 우선 기업 등에 절전을 요청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사전 조치 없이 전력 당국에서 미리 계약을 맺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력을 강제 차단한다.

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시스템 냉·난방기(EHP)에 통신선을 달아 비상시 전력당국이 전원을 직접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전력 수급이 매우 어려운 상태라서 우선은 정전 사태 재발을 확실하게 막는 게 중요하다”며 “비상시 임의 절전에서 강제 절전으로 전환한 게 최근 발표된 정전 대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도 바뀌었다. 지경부에 따르면 앞으로 예비전력이 200만kW대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전력당국이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직접 부하제어’에 들어갈 수 있다.

기존에는 이 단계에서 기업들에 ‘자율 절전’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후 예비전력이 100만kW대로 떨어지면 직접 부하제어 단계로 들어갔다. 지경부 최형기 전력산업과장은 “9월 정전사태 당시 자율절전이 시행됐지만 호응이 적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강제 절전 조치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겨울철 전력 수요를 급속히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EHP에 대한 통제 장치를 갖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 전력위기 대응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대형 건물 등에 설치된 EHP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위기 때 강제로 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시스템 구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면 내년 여름부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보급된 EHP는 140만 대에 달한다. 비상시 주요 건물의 EHP만 조절할 수 있어도 150만kW의 예비전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