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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프시 “예산 타령 마라 … 결핍 헤쳐가는 게 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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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월에 취임한 마틴 뎀프시(Martin Dempsey·59·사진)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 3일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대(NDU)를 방문했다. 미군의 리더십을 가르치는 NDU를 의장 취임 뒤 처음으로 방문한 이 자리에서 뎀프시 합참의장이 했던 짧은 연설이 미국에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극심한 경기침체로 국방예산 감축시대를 맞은 미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결핍 상황에서 앞으로 군 간부들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어떤 자세로 임무에 임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예산과 인력 타령하지 말고 이런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게 진짜 리더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NDU 재단이 수여하는 ‘미 애국자상’ 기념식에 참석한 뎀프시 합참의장은 청중석에 있는 미군 중견간부들을 향해 “여러분에게 세 가지 약속을 하려고 일부러 이 자리에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첫째, 아마도 여러분이 정확히 원하는 대로 여러분의 (군) 조직이 설계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미군 조직이 각급 부대들에서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축소될 것임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예산 제한으로 충분한 인력 없이 군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어 “둘째, 여러분에게 지급될 군 장비들 역시 여러분이 정확히 필요로 하는 만큼 되지는 못할 것이며 셋째, 여러분에게 주어지는 어떤 안내나 지도(guidance)도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시간상으로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군부대에서 필요로 하는 군 장비나 각종 지도와 정보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시간적으로도 지연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공표한 것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뎀프시 합참의장이 약속(promise)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미군이 처한 예산상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국방예산 감축시대에 미군은 인력도, 장비도, 정보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상황을 맞게 될 것임을 솔직히 밝힌 발언이다.

 뎀프시는 “합참의장 취임 한 달 동안 내가 한 일은 군부대를 순방하면서 이 같은 약속을 전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상황을 잘 결합시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라는 점이며, 우리는 진실로 그런 모습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군 간부들을 독려했다. “미군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드는 훌륭한 지도자 양성기관”이라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뎀프시는 예산 제한으로 모든 게 부족한 결핍 상황에서도 작전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간부들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군은 물론 예산 감축시대를 맞은 거의 모든 정부기관에 해당한다는 발언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마틴 뎀프시=지난 9월부터 미군의 제18대 합참의장을 맡고 있다. 올해 4월 11일 미 육군 참모총장으로 부임했으나 149일 만에 합참의장으로 옮겼다. 1974년 웨스트포인트를 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에 참전했으며 제1기갑사단장과 유럽 주둔 제7군 사령관 등을 지냈다. 리더십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지적인 군인으로 알려졌다. 영문학·군사학·국가안보학 등 3개의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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