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의 파격 “현대차 변속기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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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르노삼성은 주요 부품의 50%를 일본에서 수입한다. 급등한 엔화 환율(엔고) 헤지(위험 분산)를 위해서라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변속기를 한국 현대차그룹이나 한국GM에서 구매해 수익성을 높이겠다.”

 한국 부임(9월 1일) 석 달째를 맞는 르노삼성 프랑수아 프로보(43·사진)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실적을 점검해 보니 영업이익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져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 개발 투자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수준의 영업이익은 꼭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엔고 영향으로 2009년 영업적자(423억원)를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매출(5조1670억원)의 0.1%도 안 되는 33억원. 이런 상태에서는 연간 2000억원대의 신차 개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은 변속기 같은 핵심부품 수입이 일본에 집중된 데 있다. 대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무단변속기(CVT)를 포함한 변속기는 전량 일본 닛산의 자회사에서 수입한다. 엔진의 주요 부품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엔고에 취약한 기업이 됐다. 그래서 변속기부터 한국 부품업체에서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신차 투입에 대해선 “소형-중형-대형과 SUV로 이어지는 기존 4개 모델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경쟁력 있는 라인업이라 신차를 대거 늘리는 방식은 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신차는 르노삼성의 생존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 내년 국내에 2개 모델뿐인 경차 시장에 뛰어들고 2, 3년 후 르노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다목적차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개발을 끝낸 SM3 전기차는 국내 전기차 지원 환경이 정착되는 대로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르노가 앞선 기술로 내세우는 디젤 모델에 대해선 “국산차 가운데 디젤 세단의 비율은 아직도 1%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평가한 뒤 “디젤 시장이 좀 더 확대되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면 디젤 세단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수출이 르노삼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 대해선 “내수 시장에는 강자(현대·기아)가 버티고 있어 상대적으로 르노삼성이 파고들기에는 좁은 시장”이라며 “성장을 위해 르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프로보는 프랑스 최고 명문 공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이다. 인터뷰 내내 ‘팩트와 숫자’를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이공계 우수 대학은 수학을 잘하면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 다르고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르노삼성 사장뿐 아니라 회사 내 임원 가운데 가장 젊다. 그래서 내부에서 관료적인 조직문화가 젊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또 걱정하기도 한다. 그는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업장”이라며 “르노의 주요 모델 개발 이외에 영업 및 마케팅을 수행할 역량을 갖춘 조직으로 전 세계 르노 계열에서 이 같은 조직은 드물다”고 강조했다.

김태진 기자

◆프로보 사장=94년 파리 국립광업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재정경제부 사무관, 국방부 장관 보좌관 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2002년 르노 영업담당 간부로 합류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후 그는 공무원 시절처럼 르노의 엘리트 코스를 달려왔다. 한국 부임 전에는 르노 전략본부장, 러시아 법인 재무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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