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방송이 이상하다 … 예전엔 볼 수 없던 반라여성에 일본만화, 중국영화까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조선중앙TV가 20일 저녁 중국 예술영화 `영웅 정성공(鄭成孔)`을 방영하면서 상반신을 드러낸 여배우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한TV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연합뉴스)

북한 방송이 이상하다. 지난달 반라의 여성이 목욕하는 장면을 방송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중국 영화를 방영했다. 북한 방송이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는 일본 만화를 방영한 것은 처음인데다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군국주의 정신이 담긴 것이어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영화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그리고 있어 파격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을 방영한 곳이 체제선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조선중앙TV(이하 조선TV)여서 주목을 끈다. 조선TV는 엄격한 검열과 통제를 받는다. 영화는 대부분 북한에서 자체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조선TV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모모타로 전설(桃太郞傳說)을 방송했다. 모모타로 전설은 일본적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국민설화이다. 전국 각지에 동상이 새워질 정도로 일본의 이데올로기적 상징성이 강하다. 이 설화는 복숭아가 갈라지며 탄생한 모모타로가 귀신섬을 정벌하고, 귀신섬의 보물을 뺏어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민속학자 타카기 토시오(高木敏雄)는 "모모타로의 귀신섬 정벌은 일본인의 대외진출 정신을 주장한 메이지시대와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모모타로의 정벌을 돕고 따르는 원숭이 꿩 등은 일본 천왕(모모타로)에 대한 충성스런 일본국민으로 대입돼 해석된다.

이런 속내가 담긴 애니메이션이 북한에서 방영된 것은 파격이다. 이와 관련 북한 통신원은 "모모타로를 김정은 대장으로 미화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심각한 생활고에 따른 산만한 민심을 잡기 위한 의도적 방송이었다는 얘기다.

이달 4일에는 조선TV가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 `아마조나스 강반에서`를 방송했다. 이 영화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쟁과 대립에서 상호 협력적 관계로 전환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NK지식인연대 북한 통신원은 "이 영화가 방영된 뒤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이제는 개혁을 하자는 말인가`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