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안 가고도 만리장성 관광 … 5년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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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엔비디아는 컴퓨터상에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이다. 엔비디아 기술
로 만들어진 영화 ‘아바타’(왼쪽)와 ‘토이스토리 3’(오른쪽)의 한 장면. 가운데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영화 ‘아바타’ ‘토이스토리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는 영상 기술이 돋보인 흥행작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 컴퓨터 그래픽 솔루션업체인 엔비디아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디지털 그래픽 영화 제작에 쓰이는 워크스테이션(특수 분야에 사용되는 고성능 컴퓨터)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벌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 경쟁 한가운데에도 엔비디아가 있다. 얼마 전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준 중국 수퍼컴퓨터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가동되고, 1위 탈환을 노리는 미국은 지난달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한 수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젠슨 황(48)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홍콩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아홉 살 때 미국에 건너간 대만 소년이 세계 최대 그래픽 솔루션 업체를 세우기까지의 성공 스토리를 들었다.

 -엔비디아는 어떤 회사인가.

 “1993년 ‘일반 소비자도 전문가 수준의 그래픽을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비전을 갖고 동료와 창업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PC) 그래픽 수준은 형편없었다. 그래픽 품질은 전문가용 수준으로 높이되 가격은 낮추는 게 관건이었다. 단순한 그래픽카드를 만들다가 99년 대용량 그래픽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GPU를 개발했다.”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려서 비디오 게임에 빠져 살았는데, 어설픈 그래픽이 늘 아쉬웠다. ‘군에서 쓰는 워크스테이션으로 게임을 만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하는 공상을 했는데, 그게 사업으로 이어졌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게 CEO에겐 때로는 필요한 덕목이다.”

 -게임용 그래픽에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용 GPU인 ‘테그라’, 방송·영화 제작이나 자동차·항공기 설계에 쓰이는 ‘콰드로’, 수퍼 컴퓨팅에 쓰이는 ‘테슬라’ 등으로 확대했다.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한 태블릿PC의 70%가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을 쓴다. 삼성·LG·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10여 종류에도 들어간다. 전문가용인 ‘콰드로’는 점유율이 87%다. 주력 제품인 PC용 그래픽 카드 ‘지포스’ 점유율은 59%다.”

 -새 분야에 진출할 때 판단 기준이 있나.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따진다. 첫째,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둘째, 우리가 독창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분야인가. 마지막으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기술이 복잡한가. 기술 구현이 쉬우면 경쟁사가 금세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매출 35억4300만 달러(약 3조9500억원)와 영업이익 2억5600만 달러(약 2850억원)를 올렸다. 2008년과 2009년 소폭의 영업적자를 낸 뒤 흑자 전환이었다. 황 CEO는 이를 혁신기업의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선두기업은 ‘다음 새로운 것’을 내놓기 위한 위험을 져야 한다. 기대했던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또한 창의와 혁신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경영 실적이 목표가 아니다. 내 목표는 자랑스러워할 만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세상이 본 적 없는 제품을 만들려 하니 실패는 잦을 수밖에 없다. 실패를 용인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모바일용 GPU 연구에 5년간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제 그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미래 컴퓨터 그래픽은 어떻게 발전할까.

 “시각 효과가 너무나 생생해서, 실제와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예컨대, 안방에 앉아서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당에 있는 것같이 느끼고, 중국에 가지 않고도 만리장성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실현 가능하다.”

홍콩=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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