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사업, 북 비핵화 뒤 추진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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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호 06면

장철균 대표

“가스관 사업은 경제ㆍ안보 문제를 일으킨다. 서둘러 할 필요 없다. 하려면 국민적 지지와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장철균(전 스위스 대사) 서희외교포럼 대표는 북한 핵문제의 해결 없는 가스관 사업을 반대한다.

반대론 펴는 서희 외교포럼 장철균 대표

-가스관 사업에 부정적인 이유는.
“가스관이 북한을 700㎞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경제ㆍ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거기다 가스관까지 북한을 지나면 안보에 치명적 결함이 생긴다. 에너지 자원인 가스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 절감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공급의 안정성이다. 가격이 비싸도 공급 안정이 더 중요하다. 경제 안보의 문제다. 이 사업의 제1 수혜자는 러시아, 제2 수혜자는 북한이다. 우리는 가스관을 통해 수입 가격을 낮추고 남북 긴장완화나 경제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경제 리스크를 감안하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가 북한 통과의 위험을 책임진다고 하지 않았나.
“러시아의 그런 말이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어떻게 북한을 통제할 것인가. 중국도 이해관계가 크다는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다. 러시아가 가스관으로 북한의 모든 문제를 통제하리라고 보는 것은 희망적 사고다. 어떻게 러시아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있게 하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겠나. 북한 리스크를 책임지겠다는 러시아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가스관이 북한 비핵화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가스관 협상이 성사되면 북한 비핵화 촉진을 위한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에 저촉될 수 있다. 위배되지 않는다 해도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가스관을 통해 큰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이 문제다. 그런 이익을 주는 것 자체가 제재 위반 아닌가. 또 남ㆍ북ㆍ러의 가스관 사업에 6자회담의 나머지 3개국도 영향 받아 비핵화 진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북한이 도발해도 대화하고 보상해온 과거를 끊겠다고 했던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시켜야 한다. 러시아가 앞장 서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앞으로도 개발하지 못하게 장치를 마련한 뒤 가스관 사업을 해야 한다.”

-비핵화와 연계시키면 가스관 사업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업을 찬성하는 의견도 강하다.
“이 문제가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에 국민적 지지와 초당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 중대한 대북정책이나 사업은 정권의 변화에 관계없이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합의 이행을 위해서도 이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 자체가 러시아와 북한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가스관 협상이 늦어지면 가격은 내려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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