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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현대-다임러 전략적 제휴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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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전략적 제휴는 합종연횡으로 대변되는 세계자동차업계의 시대적 흐름에서 소외돼온 한국자동차산업이 뒤늦게나마 그 구조조정의 핵심대열에 편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대로서는 해외 거대군단의 무차별적 시장압박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생존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한국자동차산업이 세계 정상급 기술의 수혈로 차원 높은 글로벌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 되고 있다.

양사의 제휴는 또 세계자동업계 M&A의 사실상 결정판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다임러-미쓰비시-현대로 이어지는 `환상의 라인업'이 구축되면서 세계 자동차업계에 거대한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현대의 `생존카드' = 현대가 다임러와 손을 잡은 것은 세계자동차업계의 M&A의 열풍 속에서 선택이 강요된 생존전략으로 해석된다. 자동차산업의 최대화두인 `규모의 경제' 면에서 세계 5위권에 드는 해외메이저와의 제휴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혼다.PSA(푸조시트로엥)와 함께 `고립무원'의 현대가 연산 280만대(기아차 포함)로 홀로서기는 불가능한 때문이다. 업계에 정설처럼 나도는 `최소 400만대 생존설'도 자극요인이었다.

특히 중소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한 월드카 프로젝트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21세기 세계자동차산업의 최대시장인 월드카 공동개발 파트너로서 양사의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시장분할을 통해 `황금어장'인 중국시장만 잡아도 연산 400만대 달성은 시간문제라는 게 현대의 계산이다.

대우자동차 인수전도 주요배경이 됐다. 연고권을 등에 업은 GM과 자금이 풍부한 포드와 맞서려면 다임러라는 `원군'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궁합'만 잘 들어맞으면 대우차를 사실상 반분(半分)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전
기차.연료전지차 개발의 선두주자인 다임러 조합에 가입함으로써 현대가 얻는 기술이전 및 비용절감 효과는 가히 천문학적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어쨌든 현대는 연산 380만대 규모에 세계 3∼4위의 최첨단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가진 다임러와의 제휴로 시장기반의 급속한 팽창과 함께 세계시장에서의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게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 다임러의 속셈은 = 다임러로서는 아시아시장 전략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현대와의 제휴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임러는 현재 8% 수준인 아시아지역 시장점유율을 올해 25%로 높일 계획이다. 3월의 일본 미쓰비시 인수로 교두보 확보
에는 성공했지만 후발주자로서 GM, 포드를 제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다. 특히 미쓰비시가 동남아 시장에는 강하지만 자국시장에서 버거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점이 한계여서 아시아최대시장인 중국과 인도 공략 차원에서는 현대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월드카 기술개발의 선두주자라는 점도 제휴의 결정요인으로 지목된다. 3사가 공동추진중인 월드카 기본모델이 현대 리터카라는 점에서 현대의 `동참'없이는 성공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차 시장에 약한 다임러로서는 세계10
위권에 드는 현대의 연구개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아울러 현대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대우차 인수에 성공한다면 다임러로서는 금상첨화다. 연산 230만대의 대우차 인수로 단숨에 아시아시장의 최대강자로 부상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생산대수 약 710만대(99년 기준)로 단숨에 세계 제1의 업체인 GM과 견줄 수 있는 덩치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다임러의 최종목적이 현대 인수가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 제휴형태와 내용 = 제휴형태는 ▶자본제휴 ▶기술제휴 뿐만 아니라 판매네크워크 및 부품 공동사용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제휴'다. 특히 개도국 메이커로는 드물게 세계 빅5와 대등한 제휴관계를 맺은 점이 주목된다. 현대가 자발적으로 제휴를 시도한 주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대가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공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대 관계자는 "기술과 경영노하우를 공유하는 최상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제휴분야의 핵심은 자본제휴. 다임러는 현대차의 지분 10%(제3자 배정방식을 통한 신주인수 9%, 현대차 자기주식 매수 1%)를 인수하고 4천800억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현대는 이를 통해 외자유치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안정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형제간 경영권 갈등을 겪은 현대차는 다임러의 지분 10%와 미쓰비시의 지분 4.8% 등 14.8%의 우호지분을 통해 적대적 M&A를 방지하고 MK(정몽구 현대차 회장) 경영구도를 안착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제휴를 근간으로 다양한 제휴 협력프로그램이 추진된다. 현대, 다임러, 미쓰비시 3사간 월드카 공동개발이 역점과제다. 월드카용 플랫폼이 3사간 협력으로 공동개발되며 소형차 뿐만 아니라 양사 전차종 플랫폼 개발을 위해 다각적인 기술협력
이 추진된다. 또한 양사 경영진의 교환프로그램으로 현대는 선진 경영노하우를 전수받고 국제적 인지도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와함께 ▶글로벌 부품조달망 공유 ▶현대캐피탈을 통한 자동차 할부금융사업 및 변속기분야의 합작도
제휴대상에 포함됐다.

상용차부문의 합작은 현대와 다임러 합작사업의 첫 가시적 조치다. 현대는 `승용과 상용의 분리'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전주공장을 아시아 최대의 상용차기지로 만든다는 전략하에 지분 50%를 내주고 다임러와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는 생산공장과 설비를 제공하면서 세계최대의 상용차메이커인 다임러의 기술을 전수받게 된다. 특히 연료분사시스템, 제동장치 등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부품 상호공급, 마케팅 및 판매협조에도 양사가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고 있다.

◇ 월드카 공동개발 = 월드카 프로젝트는 이번 제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차의 `동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다임러가 결국 승인을 한 셈이다. 3사간 월드카 공동개발은 세계시장 분할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임러는 미국과 유럽, 미쓰비시는 일본과 중남미, 현대는 중국과 남미, 동구권 시장으로 분할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3사의 기초안에 따르면 2002년이나 2003년부터 세계 각 시장에서 연간 75만∼10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물론 엔진, 트랜스미션 등 주요부품까지 공유해 비용절감 효과와 제품경쟁력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3사중 현대의 `파이'가 가장 커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향후 10년내 세계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모두 1천만대로 중국(500만대)과 동구권(200만대)이 전체의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승용차가 월드카로 대변되는 중.
소형차라는 점에서 현대는 잔뜩 기대를 품고 있다.

◇ 대우차 인수전의 `최대변수' = 대우차 인수 컨소시엄은 양사 제휴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양사의 컨소시엄은 이미 출범도 하기전에 GM 일변도의 인수전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자금여력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되고 상호보완 효과로 단독응찰업체와는 차별화된 인수조건 제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양사는 다임러의 기술및 경영노하우에 현대의 기아차 회생경험을 접목시킴으로써 대우차를 조기정상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점을 집중부각시키고 있다.

또 독점논란을 둘러싼 정부의 비판적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역으로 `국내+해외자본' 컨소시엄 형태로 여론의 `훈풍'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대우차 인수후 공동운영 전략은 밑그림이 나와있다. 대전제는 대우차를 월드카 전용기지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공장의 경우 현대차가 19.9%의 지분만 참여하고 다임러와 채권단이 각각 40%의 지분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다임러는 경영권을 갖지만 현대차는 판매네크워크를 장악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해외생산및 영업거점은 5:5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임러는 연고권을 가진 미국과 유럽을, 현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구권을 맡는 식으로 시장분할이 가능해진다.

◇ 국내외 차시장 판도와 향후 전망 = 현대가 70%의 점유율을 과시하던 국내시장은 세계 선진메이저간의 각축장으로 돌변하게 됐다. 특히 현대-다임러의 제휴로 아시아 시장전략에 위기감을 느낀 GM과 포드의 대우차 인수노력이 보다 치열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또다른 굴지의 메이저들도 이번 제휴를 계기로 기존 글로벌 시장전략의 틀을 다시 작성해야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이번 제휴만으로 국내 토착기업인 현대의 생존을 반드시 보장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수성전략'의 발판을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차 르노 매각에 이어 대우차마저 GM과 포드 등에 매각될 경우 치열한 `3파전'에 사활을 내거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대우차의 GM 또는 포드매각을 전제로 1년 안으로 국내시장이 현대가 65%, 외국계(대우차, 르노-삼성차) 30%, 수입차 5%로 재편될 것이란 관망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종속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다임러가 현대가 원하는 기술을 순순히 내줄 지 의문이고 큰 업체와 작은 업체의 포괄적 제휴 때는 결국 작은 업체가 큰 업체에 먹힌다는 통례를 그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가 이번 제휴의 핵심인 월드카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다 국내외 시장에 구축한 영업기반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종속변수가 다임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얼마나 다각적인 분야에서 어느정도 깊숙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현대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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