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3% 내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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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6월 13일자 1면.

대학의 부적절한 예산 편성 등을 바로잡으면 지금보다 등록금을 최소 12.7% 낮출 수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 113개 대학의 등록금과 대학재정 운용실태를 감사해온 감사원은 3일 연세대·고려대 등 사립대 29곳과 서울대 등 국·공립대 6곳을 추출해 최근 5년간 예·결산을 분석한 결과 35개 대학에서 매년 평균 6552억원(대학당 187억원)의 예·결산차액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상당수의 대학이 지출은 실제보다 많이 늘린 반면 수입(등록금을 제외한 수입)은 줄이면서 자의적으로 예산을 짜 6552억원의 차액이 발생하게 한 뒤 등록금을 인상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상 등록금은 ‘세입부족액’(지출-수입)을 근거로 인상안을 마련한 뒤 책정되는데, 지출을 늘려 잡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을 적게 잡으면 부족액이 커져 등록금 상승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6552억원은 지난해 35개 대학 등록금 수입(5조1536억원)의 1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간 등록금에 최소 12.7%의 ‘거품’이 끼어 있었던 셈이다.

수원대의 경우 2006년 설계용역도 없이 본관과 공과대학을 신·증축한다고 227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가 집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대학은 2008년까지 관련 예산을 계속 배정해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반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전년도 예산에서 남은 돈을 수입 항목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

 국립대인 충북대는 지난해 정부가 공무원 인건비를 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건비 예산을 35.9%나 늘리면서 등록금 부담을 높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급여 현실화’가 총장의 선거공약이었던 충북대는 다른 국립대에 비해 인건비가 매우 낮은 것처럼 자료를 조작하고, 교수에게 강의개발연구비’(1인당 연간 723만원)를, 직원에겐 ‘직무창의능력향상비’(1인당 연간 460만원)를 각각 추가로 지급한 사실을 감사원은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학교 수입으로 처리해야 할 기부금 등을 사학재단법인의 회계로 보내거나(연평균 1982억원) ▶사학재단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 등을 대학이 교비로 부담하고(연평균 1703억원) ▶임대건물 등의 운용수익을 사학재단에 보내고 대학에는 덜 보낸 금액(연평균 1056억원)까지 감안하면 20% 가까이 등록금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하 감사원 2차장은 “감사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넘겨줘 정책에 활용할 경우 내년도 대학 등록금 책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50여 개 대학에서 이사장과 총장, 교수, 직원 등이 교비를 횡령하거나 금품을 받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여자간호대는 이사장 일가가 교육용 시설을 수익용 시설로 용도 변경해 32억원을 횡령했고, 고려대 모교수는 BK21 장학금 10억원 가운데 3억4000만원을 횡령했다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한중대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학생충원율’을 높이려고 교수나 교직원의 가족 등을 신입생으로 부당하게 입학시켰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 할당숫자를 못 채운 교수들에게는 월급을 깎아 150만원 미만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적발된 비위 행위자 94명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교과부도 160여 명에 대해 고발하거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철재·박수련 기자

예·결산 감사 받은 35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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