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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

철도 공기업체제 벗어날 때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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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원희
한경대 교수

한국철도학회는 한국의 철도를 이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되짚어 보자는 취지의 세미나를 최근 개최했다. 안전, 서비스, 경영 효율화와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해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고자 했다. 지금 400㎞/h의 속도 실험이 성공하고 있는 기술력의 발전에 비해 잦은 고장이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고 있다.

 2004년 철도 구조개혁으로 철도의 건설과 시설관리를 전담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2004년)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철도공사(2005년)가 출범했다. 그러나 당시 구조조정은 미완성의 상태로 마무리됐다. 유지·보수 업무는 시설관리자가 맡도록 관련법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양 기관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약 7000명에 달하는 이 업무 종사자들의 거취문제를 코레일에 위탁하도록 어정쩡한 형태의 구조개혁이 되어 버렸다. 철도 운영자는 유지·보수를 할 경우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철도 유지·보수비의 70%를 부담해야 하는 철도 운영자에게 유지·보수비의 증가는 곧바로 수익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구조개혁 이후인 2005년의 유지·보수비가 4951억원에서 2010년 5687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인건비가 122%, 경비가 140% 증가해 실질 보수비는 1191억원에서 948억원으로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도 산업은 전체적으로 보아 독점 때문에 시장이 확대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14년 예정된 수도권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맞추어 철도공사가 아닌 제3의 운영자 선정을 통해 철도 운영도 경쟁체제를 도입해 운임 인하 및 국민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21조에서는 “철도운영 관련 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국가 외의 자가 영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조항이 있다. 한국 국민은 철도 도입 후 100여 년 동안 철도청이나 철도공사와 같은 공기업 체제의 서비스만 받아왔으나, 이제 제대로 된 시장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있다.

 철도 산업을 구조개혁한 지 벌써 7년이 넘게 지났으나 “국가가 건설과 시설관리를 책임”지고, “경쟁부문인 운영은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화 및 경쟁체제 도입으로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산업이 독점적 성격이기는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부가서비스의 확장으로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의 통신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KT가 그러한 변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철도 운영자는 경쟁체제 도입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정부의 철도정책 방향에 맞추어 하루빨리 효율성을 저해하는 내부적 장애요인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민영 철도사업자의 진입과 경쟁을 통해 강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발전해 나갈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