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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 자꾸 밑으로 내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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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0대(1962~71년생)는 전통적인 부동층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들의 50.6%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66.8%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선택했다. 중앙일보는 30일 ‘변심’한 40대 5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40대는 자녀 교육에 돈이 엄청 들어가고 내 노후를 위해서도 돈을 모아야 하는데 모든 게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인식 전환도 촉구했다. “복지라고 해서 ‘정부에서 다 대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린 10년 후면 정년을 생각해야 할 나이입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데 정년 후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방영옥(47·주부·송파구 가락동)

 “내년에 딸이 대학에 간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딸이 취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 청년 실업 대책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져서 우리 애들이 취직할 때쯤엔 취업난이 완화됐으면 한다. 아이들 교육 빼면 제일 중요한 게 노후 준비다. 이 정부는 복지라고 하면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사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노인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진선(44·대기업 차장·중랑구 망우동)

 “박원순 후보는 최선이라기보다 차선책이었다. 한나라당이 또 시정을 운영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생한 자수성가형이니까 어려운 사람들의 삶도 돌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내곡동 사저 때문에 크게 실망했다. 중산층은 세금 많이 내면 힘들다. 같은 아파트 사는데 고건 시장 때보다 3배, 이명박 시장 때보다 2배 재산세 많이 낸다. 내가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자꾸 밑으로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싫다.” 

 ▶김판길(47·안경점 운영·은평구 응암동)

 “이 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펴는 것 같다. 자영업자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적자 보는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한데 매출액만 보고 세금 물리는 건 불합리하다. 투자 많이 하는 곳은 독려해 주고 세금 감면 정책도 시행했으면 좋겠다. 박원순 시장은 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했으면 한다. 분명히 서민 우선한다고 했다. 혹시나 정치인들과 타협하거나 ‘개인 관리’하려고 한다면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경동(45·악기 전문점 운영·강남구 대치동)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아이가 스스로 벌어서 대학 다니기가 불가능하지 않나. 대학 잘 보내도 고생이다. 취업난에 스펙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대학 가서도 학원을 또 다녀야 한다. 이런 세태에 대해 이 정부는 한 게 없다. 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 영역 침범하는 게 많이 보인다. 최근 기타가 잘 팔리니 대기업 홈쇼핑에서 저렴하게 다 팔아버린 적이 있다. 박원순 시장이 기업형 수퍼마켓(SSM)에 제동 걸겠다고 공약했으니 악기상 등 다른 소상공인에게도 신경 써 달라.” 

 ▶김애정(48·옷 수선점 운영·강동구 암사동)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돈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고여 있는’ 느낌이었다. 서민들은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안 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다. 대학생 아들 둘이 있다. 한 학기에 한 명당 450만원씩 총 900만원이 든다. 책값, 식비, 용돈까지 하면 더 든다. 제대하고 복학한 큰아들 이 꿈을 갖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실업난에는 ‘뭘 위해서 공부하나’에 대한 답이 없다. 박원순 시장이 꿈을 심어달라.”

사건사회부 이슈팀

◆연재기사

[① 20대를 좌절케 한 정치] 20대 눈에 비친 두 캠프…카페 vs 회사
[② 30대를 분노케 한 경제] "내팽개쳐졌다" 30대 '박원순 75% 몰표' 왜
[③ 40대를 절망케 한 복지] "내가 중산층인 줄 알았는데 … 자꾸 밑으로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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