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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광주서부서 강력팀장 “강력팀 20년, 얼굴 아는 형사엔 조폭도 꼬리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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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폭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태철(47) 경감은 ‘절도·강도·성폭력 소탕 100일 특별단속(5월 24
일~8월 31일)’ 실적 1위를 기록해 지난 21일 경찰의 날에 1계급 특진했다. [광주=뉴시스]

1970년대 후반부터 광주·전남지역 조직폭력배들의 움직임과 계보 등을 파악하던 곳이 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 폭력반이었다. 이곳에서 만든 일명 ‘족보’에 이름이 올라야만 조폭으로 인정됐다고 한다. 그만큼 동부경찰서 폭력반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자자했다. 90년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조폭 소탕에 나섰을 때도 동부서 폭력반은 큰 역할을 했다. 이곳 출신들은 ‘조폭 잡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과 김태철(47·경감) 강력 5팀장. 그는 이 전통을 이어가는 현역 ‘조폭 저승사자’다.

 전성기였던 90년대에 폭력반 막내로 합류했다. 그는 89년 4월 말 특전사 부사관(중사)으로 제대한 직후 경찰에 입문했다. 운명처럼 조폭 수사와 인연을 맺은 그는 22년의 경찰 생활 중 20년을 광역수사대와 경찰서 강력팀에서 보냈다. “얼굴을 아는 형사가 뜨면 조폭은 본능적으로 꼬리를 내립니다. 한번 형사들에게 붙잡혔거나 혼이 난 조폭들은 그 형사만 봐도 벌벌 떨게 되죠. 영화에서처럼 조폭과 목숨을 걸고 격투를 벌인 적도 많지만 심하게 다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순경부터 경감까지 모두 특진으로 승진했다. 지난 21일 경찰의 날에는 경위에서 1계급 특진했다. 5월엔 광주지방경찰청에 의해 ‘치안의 달인’으로 뽑혔다. 모두 조직폭력 범죄와 관련한 사건들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서였다. 그간 잡아들인 조폭만 300명이 넘는다.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광주·전남권 조직폭력배만 1000여 명에 달한다. 2007년에는 건설사 사주를 납치한 광주권 최대 폭력조직 K파 부두목과 조직원 20명을 5개월간의 끈질긴 수사 끝에 붙잡았다.

그의 조폭 관리 노하우는 발품이다. 노점상·영세상인·유흥업소와 병원 응급실 등을 매일 찾아다니며 조폭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워낙 부지런히 돌아다녀 상인들이 금품을 갈취당하거나 조폭에게 맞아서 병원에 찾아오면 그의 정보망에 걸리게 된다. 조폭의 이름과 연락처, 친구, 계보 등은 빼놓지 않고 적어 둔다. 이렇게 20년간 기록한 10여 권의 수첩이 조폭을 잡는 데 결정적 자료가 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팀장은 “가끔 대포폰이나 공중전화를 통해 ‘형사 하려면 서울·부산으로 가지, 왜 여기서 전라도 깡패만 죽이느냐. 형사 배는 철판으로 돼 있느냐’고 협박하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길병원 장례식장의 조폭 난투극 논란과 관련, 한마디 했다. 김 팀장은 “상황 보고 등 초기 대처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5명의 형사가 테이저건을 사용해 피의자를 체포하고 조폭들과 대치하면서 채증했다고 하는데, 검거 작전은 잘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인천 남동서 경찰관은 ‘우리는 결단코 비굴하지도 않았고 조폭들 앞에서 벌벌 떨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조폭 잡는 형사에겐 이처럼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조폭을 검거할 때 총기를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총기는 잘못 사용하면 주변 사람까지 다친다”며 “흉기로 공격한다면 사용할 수 있겠지만, 달아나는 조폭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경찰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 있는 형사가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은 25일부터 조직폭력배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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