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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보상 확대는 포퓰리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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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된 19개 저축은행의 예금과 후순위채에 대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안(가칭)’을 처리할 모양이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6000만원까지 높이고, 3년간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예금에 3000만원까지 비(非)과세 혜택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 직후 해당 지역 의원들이 꺼냈다가 여론의 반발로 좌절된 선심성 보상방안과 흡사한 내용이다.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권이 다시 염치없이 특별법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특별법안은 세 가지의 치명적 모순(矛盾)을 안고 있다. 첫째, 기존의 예금자보호법과 어긋난다. 왜 은행보다 고금리를 받는 저축은행 예금자에게만 보호한도를 올려주는가. 앞으로 신협·새마을금고 등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형평을 맞출 것인가. 둘째, 소급적용도 문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08년 이전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추가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축은행 예금의 비과세 허용도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단계적으로 비과세예금을 축소하겠다는 조세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법안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에 불과하다. 자기 책임에 따른 투자원칙에 반(反)하며,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전체 금융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비과세 예금 역시 부실을 저지른 저축은행에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연 5% 이상의 높은 이자를 내걸고 ‘묻지 마 식(式)’ 예금을 유치했다가 얼마나 큰 후유증을 겪었는지 잊었는가. 이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법치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떼법’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사태는 현행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기금에서 지급하고, 나머지 초과분은 파산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게 순리다.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자극하지 않도록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