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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기부 병행해야 존경받는 ‘큰 바위 얼굴’ 기업 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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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호 24면

Q.홈플러스는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나요. 기업이 사회로부터 존경까지 받아야 합니까. 사회공헌 활동에 치중하느라 본업을 소홀히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중소기업도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하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9>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⑤

A.홈플러스의 비전은 세계 최고의 유통회사입니다. 시장에서 경쟁해 국내 1위의 대형마트가 되더라도 브랜드 빌딩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려운 목표죠. 그래서 고객 가치를 창출해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홈플러스의 사회적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경영 성과를 향상시키고 그에 따라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선순환을 일으킵니다.

기업엔 성장과 기여라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의 얼굴은 기업의 시장가치와, 기여의 얼굴은 사회적 가치와 각각 대응하죠. 이 두 얼굴이 동시에 같이 빛날 때 존경 받는 ‘큰 바위 얼굴’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쓴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소년 어니스트가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 큰 바위 얼굴처럼 온화하고 인자한 사람이 됐듯이 기업도 정도 경영을 하고 경제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면 존경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사회가치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공헌 활동도 업의 개념에 맞춰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시장가치를 높일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 내부의 핵심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죠. 홈플러스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랑, 환경사랑, 이웃사랑, 가족사랑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지역사랑의 대표적인 활동이 평생교육 아카데미입니다. 우리가 유통회사로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문화센터였습니다. 전국에 점포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처럼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백화점이나 언론사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래서 고객 조사를 해 보니 실제로 이런 문화 욕구가 강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전국 95곳에서 평생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의 연면적은 대형마트 4개를 합친 것과 맞먹죠. 문화센터를 그동안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왔다면 우리는 문화센터 운영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전환시켰다고 할까요.

이웃사랑으로는 아름다운가게와 연 100회 이상 여는 나눔바자회가 가장 오래됐는데 그새 전국 최대의 나눔바자회가 됐습니다.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하는 홈플러스 움직이는가게는 우리가 아름다운가게 측에 기증한 3.5t 트럭이 전국 홈플러스 매장을 순회하며 물건을 팝니다. 벤더 파이낸싱이라고 해서 협력회사가 납품하자마자 그 대금을 해당 회사의 은행계좌로 입금시키는 우리 회사 대금결제 시스템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지향하고 있죠.

환경사랑 활동으로는 국내 최초로 그린스토어를 연 것, 탄소발자국 시스템을 도입해 2020년까지 단위 면적당 CO2 배출량을 2006년의 50% 수준으로 저감키로 한 것 등을 꼽을 수 있죠. 매장 안 냉동식품 진열장에 문만 설치해도 CO2 배출량을 연간 86.7t 줄일 수 있습니다. CO2 감축은 유통회사가 앞장서야 합니다. 배출되는 CO2의 75%가 소비생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유통회사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어 하기에 따라서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이 자전거를 타고 점포에 올 때 그린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식으로 유도할 수 있죠.

환경 쪽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보니 이미 유한킴벌리가 잘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 점포는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점포마다 생활 편의시설을 다 갖췄잖습니까. 그래서 환경 쪽은 어린이 환경운동에 집중했습니다. e파란이라는 캐릭터도 만들었고요. 2000년 8월 태어난 업계 최초의 환경 캐릭터죠. 2000년부터 실시한 e파란 환경 그림 글짓기 공모전은 전국 최대 규모의 환경 공모전으로 지난해 약 4만 명의 어린이가 참가했습니다.

저는 중소기업도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돌이 아무리 많이 섞인 밥도 헤아려 보면 돌보다는 밥알이 많습니다. 이처럼 중소기업도 밥알 몇 톨 나눌 여유는 있게 마련이죠. 부도가 났거나 한계기업이 아니면 중소기업도 우리 사회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가 네트워크형 사회공헌 연합체 ‘작은 도움 클럽(Every Little Helps Club)’을 출범시킨 것도 그런 취지에서입니다. 한국장학재단 같은 NGO 및 재단, 풀무원, P&G, 존슨앤존슨 등의 기업이 이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느슨한 연합의 형태로는 세계 최초인 사회공헌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말하자면 중소기업들에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거예요. 제가 주창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풀뿌리 운동 같은 겁니다. 돈 많은 회사와 부자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가난한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액수의 다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물은 물론 지식과 재능, 아이디어도 기부하는 세상인데요.

중소기업도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중소기업 스스로도 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70% 이상의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엄두가 안 나고, 방법도 몰랐던 거죠. 이런 수요에 맞춰 맞춤형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한 겁니다.

사실 큰 회사들이 사건·사고 터지고 나서 내놓는 억대 기부금보다 온 국민이 하는 작은 기부가 더 뜻깊다고 할 수 있어요. 풀밭에 널리 깔린 풀이 파릇파릇 자라듯이 기부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거름 노릇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불씨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시장가치와 사회가치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습니다.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도 CEO의 역할이죠. 이 균형점은 기업의 성장 단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출범기의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했다가는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성숙기의 기업이라면 이 두 가치를 등가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이익을 내 세금 제대로 내면 됐지 사회로부터 존경까지 받아야 하나? 저는 기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하듯이 기업도 착한 기업이 돼야 합니다. 나아가 존경 받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시민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홈플러스는 사람으로 치면 열한 살짜리 소년입니다. 아직 어리지만 우리 구성원들은 언젠가 큰 바위 얼굴 같은 기업이 될 날을 꿈꿉니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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